ADVERTISEMENT

해방「하이웨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세계의 민족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네가지의 조형적 「모티브」가 있다고 말한 미술평론가가 있었다. 「직립모티브」·「운동모티브」·「목표모티브」·「진로모티브」-. 「직립」·「운동」은 조각·회화에서 볼수 있으며, 후자의 두가지 「모티브」는 건축을 들수 있다. 「다크벨트·플라이」저 「비교예술학」은 오늘의 도시발전을 멀리전망하고 있는 저술인것에 가치가 있다.
초고층「빌딩」이 임립하고 있는 현상은 이른바 「직립모티브」와 목표「모티브」가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운동모티브」와 「진로모티브」는 오늘날 고속도로를 뚫어놓고 있다. 「고속도로」는 한나라의 운동신경을 극도로 발달시키며, 그것은 국가의 균형있는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현대의 문명비평가들은 속도의 개발이 극도에 달하면 「지구내셔널리즘」·「인류민족주의」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언까지 한다. 인간의 문제는 지상에 사는 모든 사람의 문제로 동일화되고 그때 인류는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것이라는 이론이다. 사실 오늘의 미주대륙을 「컬럼버스」처럼 멀고 아득한 신천지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바로 우리나라의 조그만 지도위에는 멀고 먼곳이 얼마든지 있다. 휴전선너머는 그만두고라도, 우리는 서울에서 태백산맥을 넘는데 꼬박 12시간을 필요로 한다. 12시간이면 우주선이 지구를 7바퀴는 돌고도 남는 시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의 벽지이다. 이국의 번화한 도심에 문득 서면 그 벽지감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나 그 벽지속에는 또한 우리 서로들이 절감해야 하는 벽지들이 무수하다. 2등도로만 되어도, 「버스」를 타고 1백리길을 가는데 적어도 4시간은 걸려야 한다.
이런 지리적인 벽지는 곧 정신적인 폐색감을 의미한다. 백리 바깥 수도권에서 온 사람이 서울의 교차로에서 「시골뜨기티」를 보여야 하는 이나라의 지리는 실로 가깝고도 먼 지도로 표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70%는 아직도 그런 외딴 육지의 고도에서 소외와 미명과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에 갇혀 살고 있다. 『서울에서 아침을, 부산에서 점심』을 먹을수 있는 고속도고계획은 바로 우리의 인간해방계획이나 다름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