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대, 친박 원로 7인회 멤버 중 첫 공직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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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현경대(74) 전 의원이 지명됐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김현욱 전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30일 회의를 끝으로 사의를 표시했다”며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전 의원을 후임자로 인선했다”고 밝혔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의 통일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이 당연직 의장을 맡고, 장관급 예우를 받는 수석부의장이 상임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담당한다. 부의장은 20명이며, 국내외 2만여 명이 통일정책에 대해 자문·건의를 하는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현 수석부의장은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박근혜)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박 대통령이 처음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1998년 4월 대구시 달성군 보궐선거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박 대통령의 상대는 집권당인 국민회의 후보로 나온 엄삼탁 전 씨름연맹 총재였다. 대구 달성 출신인 엄 전 후보에 비해 박 대통령은 연고가 없던 달성에서 고전했다. 이때 박 대통령을 도운 게 ‘상청회’ 사람들이다. 상청회는 정수장학회 장학생이 모인 단체로, 현 수석부의장은 당시 상청회장을 맡고 있었다.

 현 수석부의장은 “당시만 해도 상청회가 ‘독재자의 돈을 받아 공부한 사람’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을 때였다”며 “회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을 도와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현 수석부의장은 박 대통령과 가깝게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고문과 제주지역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일했고, 지난해 대선 때는 제주도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또 정수장학회 공방이 벌어졌을 때는 직접 서울대 도서관 등을 찾아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로 바뀌는 과정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정홍원 국무총리를 그가 박 대통령에게 천거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 수석부의장이 서울지검 특수3부에서 일할 때 바로 밑의 검사가 정 총리였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청와대의 첫 비서실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을 때는 요로(要路)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고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수석부의장에 지명되면서 박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 ‘7인회’ 멤버 중 처음으로 공직을 맡게 됐다.

 ▶제주(74) ▶오현고·서울대 법대 ▶사시 5회 ▶서울지검 검사 ▶11·12·14·15·16대 의원 ▶민자당 원내총무 ▶국회 법사위원장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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