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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한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느 대학생이 방학동한 교수에게 보내는 문안편지에서 『??교수임 전상서』라고 했다는 이야기는 대학가의 유명한 「고십」거리였다. 이 한마디는 한자가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어떻게 받아 들여지고 있는가를 함축하고 있다. 「한글전용」이라는「슬로건」이 「한자경멸」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의 한 면모도 없지 않다.
「한글전용」은 언젠가 우리가 과감과 긍지속에 해결해야 할 우리의 커다란 과제이다. 「한자없는 한글」을 마치 「불구언어」처럼 생각하는 것은 병적인 「한글혐오」에 지나지 않는다. 한자는 엄연히 한 국제언어로서 존경받아야한다. 한자를 한글의 의치로 대용할 수는 없다.
한자를 약자화하는 것은 중국의 경우는 가능하다. 우리의 언어학자들에 의해 한글이 창조·발달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자를 약자화하는 것은 그것을 국산화할 문화정책적인 의도없이는 사실 불가능하다. 아직도 우리말을 두고 과도기의 문자라고 할 수는 없다.
한글의 역사는 줄곧 조직적인 파괴나 경멸로 점철되어 왔다. 그러나 그런 수난은 「汚辱의 역사」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말도 지난 22년동안 상당히 다듬어져 가고 있다. 이 광수의 소설이 오늘의 한글의식으로는 얼마나 촌스럽고 불편한 표현을 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때때로 발견한다.
한자의 한국식약자와는 결국 국제언어에 끊임없이 접근하며, 우리의 문화의식을 개발해야하는 상황에서 「눈의 가시」같은 문자가 되기 쉽다.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눈의 가시」들을 하루빨리 제거하는 작업이며 정책일 것이다. 차라리 한자의 약자화를 국제성의 테두리에서 시도한다면 그나다 「콘티뉴어티」가 있다.
우리의 문자 정책은 한글을 더욱 개발하는데 열중해야 한다. 언어는 창조되는 것이다. 한 민족의 독창성은 언어의 창조·발달에도 작용한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에 맞는 말의 표현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가꾸는데 보람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글 「나르시시즘」이나 국산한자의 고안은 한글을 불구언어로 만드어 버리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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