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비정규 근로자' 왜 논란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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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 비정규직 근로자란 말 들어봤죠.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한 직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라 해도 사장에서부터 말단 직원, 환경미화원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사람이 한 지붕 밑에서 일합니다. 이들 중에서 정식 직원이 아닌 사람을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뽑은 직원들은 별 일이 없으면 정년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근로자들을 정규직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신분이 보장되는 직원들이지요.

물론 요즘은 기업들이 자주 구조조정을 하다보니 정년이 되기 전에 중도에 퇴직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요. 정규직은 매달 월급은 물론 때때로 보너스도 받고 해가 바뀌면 월급이 조금씩 올라갈 뿐 아니라 그만둘 때 퇴직금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정규직은 이들과는 달리 하나의 회사에 얽매여 있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들어가 일정 기간 일하고 돈을 받습니다.

어느 회사든 자신의 일터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 월급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회사와 계약한 대로 일하고, 일한 만큼 돈을 받기 때문이지요. 보너스나 퇴직금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지면서 비정규직 근로자란 말도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의 근무형태도 다양합니다.▶기간제 근로자▶파견근로자▶특수고용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모두 비정규직 근로자입니다. 이런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 1천3백여만명 가운데 54%인 7백37만명에 달한다는 통계(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는 아르바이트생과 비슷합니다. 하루 또는 한달 식으로 일할 기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기간동안 일한 댓가를 받습니다. 약속 기간이 끝나면 그 직장을 떠납니다.

파견 근로자는 파견회사라는 곳에 소속된 근로자입니다. 이 파견회사는 인력공급업체입니다. 말하자면 직업소개소 같은 곳이지요. 따라서 파견근로자는 회사를 소개받아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의 월급은 누가 줄까요. 파견회사가 줍니다.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직장에서 일하든 파견회사에 소속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파견회사는 파견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직장으로부터 사람을 소개해준 대가를 받습니다. 파견회사가 이 돈 가운데 일정액을 월급으로 주는 것이지요. 그러니 파견근로자는 일하고 있는 직장의 직원이 아닌 셈입니다.

특수고용직은 레미콘 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의 캐디 등을 말합니다. 이들은 근로자인지, 자영업자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일종의 프리랜서(자유직업인)입니다.

레미콘 기사를 예로 들어봅시다. 레미콘 기사는 대부분 자기 차량을 갖고 있습니다. 이 차를 가지고 건설현장 등에 레미콘을 실어다주고, 한 번에 얼마씩 돈을 받습니다.

일반 회사처럼 자기 장비(레미콘 차량)를 갖고 사업을 하는 셈이므로 레미콘 기사 스스로가 사장인 셈이지요. 개인택시 기사가 돈을 버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일반 근로자가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과 달리 사업소득세를 냅니다.

그러면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대체 어떤 차별을 받길래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경제정의실천연합이 최근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72%의 사업주들이 고용과 임금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예컨대 무턱대고 해고하거나 정규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터무니없이 적은 돈을 준다는 것입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정규직 평균임금(1백82만원)의 절반 정도인 9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은 45.5시간으로 정규직(44시간)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동일 노동, 동일 임금'입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을 따지지 말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같은 월급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정규직은 한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업무효율이 높어요. 반면 잠시 들어온 비정규직은 새로 배우면서 일하니까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이 때문에 기업들은 같은 일을 해도 생산량이 다르기 때문에 월급을 다르게 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게 무리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인건비가 싸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돌리거나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줄 경우 당장 인건비가 배 이상 뛰게 됩니다.

기업 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셈입니다. 이럴 경우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이들이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기찬 기자

<사진설명>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철폐가 핵심적인 노동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비정규직 근로자(특수고용직)로 분류되는 레미콘 기사들이 2001년 6월 임금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시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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