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진 돕기 성금에 홍콩인들 냉담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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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 루샨(蘆山)현 지진으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에서는 지진 돕기 성금 반대 운동이 벌어져 화제다.

홍콩 입법회는 24일 재무위원회를 열고 재해 기금으로 1억 홍콩달러(약 144억원)을 보내기로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홍콩 네티즌들은 “한 푼도 줄 수 없다” 의사를 밝히며 모금 반대 운동을 벌였다. 결국 이런 움직임 속에 홍콩 당국의 재해 기금 기부안은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이 같은 운동이 벌어지는 이유는 2008년 쓰촨 원촨(汶川) 대지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홍콩에서 모금된 돈이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호화식사 비용과 쓸데없는 도로 건설 등에 유용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홍콩인들의 분노를 샀다. 2009년 또한, 홍콩에서 보낸 성금으로 재건한 학교를 부동산 개발의 이유로 철거하는 등의 행동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각계에서는 중국 적십자회의 성금 행방에 대해 의심을 품어왔다. 2011년 명품녀 궈메이메이(郭美美) 사건은 적십자의 신뢰를 잃는데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궈메이메이(郭美美)라는 20세 여성이 중국판 트위터 시나웨이보(新浪微博)에 올린 글과 사진을 네티즌이 찾아내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자신을 적십자회 상업 총경리라고 소개한 한 20대 여성이 웨이보에 별장과 고급 스포츠카, 명품 핸드백 사진 등 호화 생활을 자랑하는 사진을 올린 것을 계기로 기금 유용 논란이 확산됐으나 수사는 흐지부지한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홍콩의 언론인 브루스 루이(呂秉權)는 “중국은 돈이나 물자가 부족한 게 아니라 감시 시스템이 부족하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정부조직이 아닌 홍콩의 믿을만한 민간단체에 기부하거나, 직접 이재민들에게 전달하길 희망한다. 기부금이 더 이상 부패한 관리들의 배를 채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루샨 지진으로 인해 중국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에 홍콩인들의 냉담한 반응이 잇따르자 중국 적십자회 사회감독위원회는 이미지 회복을 위해 궈메이메이 사건을 5월 중으로 재수사하기로 결론지었다. 사회감독위원회는 일종의 독립 감독기구로 소속위원들은 적십자회 소속이 아니며, 보수 체계와도 연관 되어 있지 않다.

이은령 중국연구소 연구원 erlee0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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