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1~2잔은 건강에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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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82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인 모니카 프로젝트는 심장병의 위험인자들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적인 조사사업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한다. 전세계 21개국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프렌치 패러독스'란 용어가 과학적 뒷받침을 얻게 됐다.

지방을 미국.영국인 못지 않게 많이 먹고 흡연율도 엇비슷한 프랑스인들이 유독 심장병에 덜 걸리는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비결은 적포도주였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탈리아 최고보건연구소 역학자 시모나 지암파올리(사진) 박사를 만나봤다.

"적포도주에 든 항산화물질(레스베라트롤.쿼세틴 등)이 심장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포도주를 가급적 식사와 함께 먹어야 합니다. 하루 한두잔이면 충분하고 음주량이 이 보다 늘어나면 오히려 역효과가 우려됩니다."

지암파올리 박사는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사와 프렌치 패러독스는 개념이 약간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중해식 식사의 핵심은 올리브유입니다. 전체 지방 섭취의 대부분을 혈관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올리브유)으로 채우는 것이지요. 반면 프렌치 패러독스의 핵심은 포도주입니다.

육류 등 혈관에 해로운 포화지방을 상당량 먹으면서도 포도주.과일.채소 등의 항산화작용 덕분에 프랑스인들이 심장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프랑스 톨루즈 지역의 경우 거위간과 지방이 70%에 달하는 브리 치즈.캐멈베어 치즈를 즐겨 먹지만 심장병 사망률(연간 인구 10만명당 78명 수준)은 미.영의 절반 이하라는 것.

그는 "장수를 하려면 현재의 지중해식 음식으론 안되며 사오십년 전 지중해의 할아버지.할머니가 먹던 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심장병.암 등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고전적인 지중해식 식사가 점차 미국화.서구화돼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통 지중해식 식사는 반세기 전 그리스 크레타섬의 시골사람들이 했던 식사라는 것이다. "고전적인 지중해식 식사에선 식육.치즈를 양념 정도로만 사용했으나 지금은 고기.설탕.크림소스 등이 주 재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일본보다는 떨어지지만 여성은 80세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미 한국은 장수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채식을 주로 하는 전통적인 식단을 잃지 말아야 지속적인 평균 수명 연장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어린이 비만과 뇌졸중.심장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면 극히 좋지 않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로마=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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