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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한·미·일 자존심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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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매트릭스의 대표작은 우리 손으로…." '애니매트릭스'는 영화 '매트릭스'를 제작했던 워너브러더스사가 속편을 준비하면서 2003년을 '매트릭스의 해'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이다. 여기에 참여한 한.미.일 3개국 감독 7명의 자존심 경쟁이 뜨겁다.

워너브러더스가 당초 자신들이 직접 뽑은 감독 10명에게 주문한 사항은 '매트릭스'처럼 현실과 가상공간을 오가며 벌이는 이야기를 화두로 삼아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 달라는 것. 선발된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야심찬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우선 '파이널 팬터지'를 통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준 스퀘어사가 미국의 대표 선수다.

일본에서는 '수병위인풍첩''뱀파이어 헌터D'등 대중적 재미의 1인자로 꼽히는 가와지리 요시아키 감독, 최초로 2D와 3D를 합성한 애니메이션 '청의 6호'의 마에다 마히로 감독, 국내 케이블 TV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카우보이 비밥'의 와타나베 신이치로 감독, 극장용 3부작 '메모리즈'에서 '그녀의 추억'편을 만들었던 모리모토 고지 감독 등이다(워너는 처음 10명 중 3명의 작품을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그렇다면 이들과 경쟁할 한국 대표선수는? 미국의 팝음악방송 MTV에서 화제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이온 플럭스'를 만든 피터 정(42)감독이다.

감독마다 7~8분 분량이 배정됐지만 '매트리큐레이티드'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그의 작품은 17분에 달한다. 인간을 살해하려는 로봇과 그런 로봇을 길들이려는 인간을 통해 기계와 인간의 '관계'를 현란한 그림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담아냈다. 영화 속 유명한 장면을 일부 차용해 '매트릭스'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십분 살려 사이버 세계의 이미지를 몽환적으로 표현한 영상은 압권이다.

그의 작품은 '매트릭스'를 연출한 워쇼츠키 형제에게서 극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정과 함께 이 작품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DNA의 박순홍 대표는 "워쇼츠키 형제가 이미지와 색감이 뛰어나다며 이 작품을 메인 포스터에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손으로 그린 그림만을 선호해 왔던 피터 정이 국내 컴퓨터 3D제작진의 탁월함에 반해 자신의 고집을 접고 2D와 3D 합성을 시도한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하지만 피터 정과 박대표에게 이 작품은 하나의 단계일 뿐이다.

"극장용 장편을 만들 겁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적은 제작비로 장편을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얻었거든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뜨거운 사랑을 하는 멜로물인데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총 9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애니매트릭스'는 6월 미국에서 DVD로 발매된 뒤 반응에 따라 개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5월 '매트릭스2', 올 겨울 '매트릭스3' 개봉이라는 일정 속에서 워너 측의 희망대로 '애니매트릭스'가 관객을 휘어잡을 수 있을지, 또 한.미.일 3국의 자존심 대결은 어떤 판정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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