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용 아스피린, 결장암 위험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하루 한알 복용하면 결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의 생성을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거에 실시된 연구들도 아스피린이 종양과 암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처음으로 정밀한 실험을 거친 결과다. 전문가들은 아스피린의 효과가 작겠지만, 결장암 위험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결장암은 폐암 다음으로 발병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다트머스 의대의 존 바론 박사는 "아스피린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아스피린 한 알만 먹고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결장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한 후, 아스피린이 종양의 재발을 막는지의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실시됐다. 실험 결과 80㎎의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종양 재발 위험이 19% 가량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같은 양의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심장병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부가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아스피린의 암 예방에 관한 가장 강력한 증거는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한 사람들이 보통 사람에 비해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조사들이었다. 그러나 이 보고서들도 암을 예방한 것이 아스피린인지 아니면 다른 생활 습관 때문인지는 입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종양 예방만을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실제적로 종양이 덜 생기는지를 살폈다.

이번 연구로 밝혀진 아스피린의 효과는 이전의 연구들이 제시한 수치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장암이 매년 4만8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망률 2위의 암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의 효과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에 나오는 아스피린에 대한 두 번째 연구 결과를 기다리며 현재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이 종양을 제거한 사람들에게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게 될 가능성은 높다.

국립암연구소 위장연구 책임자 어니스트 호크 박사는 "결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환자들에게 아스피린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두 번째 실험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 좀 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연구소가 후원한 바론의 연구는 일요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소집된 미국암연구협회에서 소개됐다. 이번 연구는 통상적인 결장내시경술로 종양을 제거한 경력이 있지만 건강한 상태에 있는 9개 도시 1천2백21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이들은 임의로 아스피린이나 가짜 알약을 지급받았다. 3년 후 재검진을 실시한 결과 가짜약을 복용한 사람들 중 47%에게서 새로운 종양이 발견됐고 어린이용 아스피린을 복용한 사람들은 38%만이 종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성인용 아스피린을 복용한 집단에서는 아스피린의 항암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 집단의 종양 재발 확률은 45%였다. 아스피린은 혈액 응고를 방해하고 출혈과 소화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바론은 "아스피린은 일부 실질적인 위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더 강력하게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관절염 치료약으로 널리 처방되고 있는 바이옥스(Vioxx)와 셀러브렉스(Celebrex)가 더욱 안전하고 확실하게 종양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연구 3건이 진행중이다. 이 약품들은 아스피린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궤양을 유발할 확률은 더 작다. 아스피린, 셀러브렉스, 이부프로펜(항염증제), 기타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 약품들은 모두 염증을 유발하고 결장 종양의 생성을 촉진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을 방지한다. 이 약품들은 또 전립선암·장암·유방암·피부암·폐암·방광암·설암 등에서도 비슷한 효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호크는 두 번째 아스피린 연구로 아스피린 암 예방 효과의 진위가 확실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노스캐롤라니아 대학의 로버트 샌들러 박사가 책임자로 있는 이 연구는 결장암을 이겨낸 환자들에 대한 아스피린의 효과를 조사한다.

전문가들은 50세가 넘으면 결장내시경 검사를 10년마다 한번씩 받으라고 권고한다. 종양이 발견되면 보통 3년 후 검사를 반복한다. 종양은 1-2년 사이에 3-4밀리미터 정도의 크기로 자라날 수 있지만 이 종양이 암으로 진행되는 데는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된다.

SAN FRANCISCO, California (CNN) / 김내은(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