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9.11. 테러용의자 사형 구형 결정 강력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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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차 무사위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테러관련 혐의에서도 결백하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가 테러 용의자 자카리아스 무사위를 사형을 구형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프랑스는 미국과의 협력을 중단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존 애슈크로포트 미국 법무장관은 모로코계 프랑스인 무사위가 9·11 공격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게 사형 구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연방검찰에게 줬다고 28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애슈크로포트는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낸 범죄라는 것은 이유 중의 하나"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정의를 수행함과 동시에 희생자들의 권리가 보호 받고 있음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법무부 관리들은 최근 수 년 간 무사위의 활동에 관해 상세한 문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법무부는 미국의 사형 구형 추진 움직임에 따라 무사위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수사진과의 협력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33세의 무사위는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9·11 공격과 관련해 기소됐다.

공중납치된 여객기 두 대가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들이 받고 다른 한 대가 워싱턴 국방부 청사와 충돌한 9·11 공격으로 3천여 명이 사망했다. 네 번째 여객기는 승객들이 공중납치범 4명과 기내 장악을 놓고 싸움을 벌인 뒤 펜실베이니아주 외곽에 추락했다.

검찰은 무사위가 9월11일에 유나이티드 93편을 공중납치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무사위는 8월 그를 수상하게 여긴 미네소타 비행학교의 신고에 따라 이민법 위반으로 구금되면서 사고 당일에도 감옥에 있었다.

미국 정부는 무사위의 당시 행동은 테러범들의 행동 순서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우선 무사위는 비행 훈련을 받았다. 또 알 카이다 테러리스트 기지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테러범들에게 자금을 대준 사람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사형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마릴리즈 르브랑쉬 프랑스 법무장관은 무사위가 미국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데 기여하는 증거를 프랑스에서 조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무사위의 변호인은 무죄 취지의 변론을 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은 28일 성명을 통해 "프랑스는 사형 구형이나 판결, 선고 등에서 프랑스가 수집한 증거들이 이용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사위의 모친 아이차는 미국이 자신의 아들을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애슈크로프토의 발언이 있은 후 "미국 관리들이 누군가의 목숨을 원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이번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찾지 못했다. 내 아들은 살인자가 아니다."

그녀는 또 자신의 아들이 탈레반의 편에서 싸웠던 존 워커 린드(21)에 비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린드는 10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중 3가지 혐의는 사실로 인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아이차는 "내 아들은 사형 당하려고 하는데 왜 탈레반의 편에서 싸운 사람은 무사한가? 이는 미국이 내 아들을 희생양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무사위의 변호사 프랑수와 루(프랑스)는 미국의 사형 구형 결정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훌륭한 민주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야만적인 형벌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사위는 국제적인 범위의 테러·비행기 납치·비행기 파괴·대량 살상 무기 사용·미국 근로자 살해·미국 재산 파괴 등 6가지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은 우선 배심원을 선정한 뒤 9월 30일에 열린다.

PARIS, France (CNN)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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