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하늘을 보며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안성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빛 아래 만개한 배꽃을 촬영하기 위해서입니다. 몇 년 전부터 벼르던 장면이었지만 배꽃이 피지 않거나 날씨가 나빴습니다. 올해에야 ‘이화(梨花)에 월백(月白)’의 봄밤을 맞았습니다. 소쩍새도 울어 옛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배꽃 뒤편에는 호밀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달밤의 배꽃에 카메라 노출을 맞춰 표현하자니 하늘이 대낮입니다. 별 수 없이 해질녘 푸르스름한 이내가 품은 배꽃을 올립니다. 고려 후기의 문신 이조년의 ‘다정가’를 읊어보면서요.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들어 하노라.”
[Wide Shot] 이화에 월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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