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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6기 추락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불벼락의 언덕을 우리는 기억한다. 서울서대문구 응암동에 있는 응암「아파트」C동1·2·3층에는 지난4월8일 청구동C46공군 비행기 추락사고의 유가족 17가구 53명과 이재민 11가구21명이 지난날의 쓰라린 비극을 조용히 달래며 살고 있다. 날벼락소리 한바탕에 예순네 목숨(민간인55명)이 한꺼번에 숨지고 민가18채가 불탄 그 언덕을 떠나 이들이 이곳으로 옮겨온 지도 벌써 다섯 달이 훨씬 넘었다. 유가족17가구가 1·2층에, 이재민 11가구가 2·3층에 각각 자리잡아 살고 있다. 2평짜리와 1평짜리 방이 각 1개에 1명이 채 못되는 부엌이 달려있는 같은 모양의 구조. 유가족의 방마다엔 작은방을 가로질러 마련한「빈소」가 가지런히 모셔져있어 그날의 비극을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이곳을 들렀을 땐 집 설계가 원래 그렇게 돼있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 생활은 대개가 어려운 형편. 당국에서 지급한 사망자 보상금으로 생활하고있는 가구만도 반이 넘는다고 108호실의 김용남 (25)씨는 말했다. 유족회를 조직, 어려운 일은 서로 힘을 모아 돕는다고 했다. 107호실의 박재희(12· 은평국민교6년)양은 재훈(11), 재봉(9)군 등 세 남매의 가장격. 『중학교에 가고 싶지만 어찌될지 몰라요…』말끝을 흐린 박양은 금시에 울음을 터뜨렸다. 시체도 없이 죽은 아버지(박광훈·당시49세)와 망우리 묘지에 있는 엄마가 생각나면 한없이 운다고 했다. 박양과 함께 은평국민학교에 나가는 어린이는 15명. 학교에서는 학급비 등이 면제되고있다.
그러나 원체가 생계를 꾸려오던 기둥들이 일시에 넘어갔기에 힘에 겨운 문제에 부딪치게 될 때마다 쓰라린 그 언덕이 자꾸 생각나게 된다했다.
『그렇게도 타고 싶던 비행기가 우리 아빠 엄마의 목숨을 앗아갈 줄 정말 몰랐다』는 박양의 말마따나 하늘의 비행기가 이들에게 안겨다 준 비극은 너무나 씻을 수 없는 듯. 그들이 살던 청구동 언덕바지의 비극의 터엔 너무나 큰 상처를 잊기 위해 심겨진 소나무와 전나무가 벌써 뿌리를 박아 세월이 빠른 것을 말해주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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