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얻은 독수리 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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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정책의 척도>
세계최강의 군대이면서도 그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지 못한 채 2년여를 월남의「정글」속에 빠져들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북폭만이 유일한 승전의 열쇠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화·전의 양 갈래 길에서 뚜렷한「패턴」을 찾지 못한 채 전쟁을 이끌어온「워싱턴」의 북폭에 대한 태도는 월남전에 대한 미국정부의 전반적 정책을 판단하는 척도로 잡을 수 있다.
사실, 최근의 북폭 강화는 미국으로 하여금 단순한「작전속행」이 아니라 상당한 정치적·전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했다. 이것은 최근 의회에서 발언한「샤프」제독의 증언에서도 엿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월남전에 대한 미국정책을 좌우해온「맥나마라」국방장관의 반대를 무릅쓰고「존슨」대통령이 확폭을 결정했다는15일의 보도는 그런 뜻에서 중요시된다.

<대조 이룬 맥 국방>
북폭 확대의 효용한계를 두고 미 국방성과 군사지휘관 및 상원군비소위원회사이에 있었던 정반대의견의 층돌, 한달 동안에47%에서 33%로 급강하한「존슨」행정부의 대월 정책에 대한 미 국민들의 지지도, 그리고 주전파와 화평파의 구미를 맞추기에 급급하여 월남전 수행에 있어 뚜렷한 지침도 없이 우왕좌왕하고있다는「존슨」개인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등은「존슨」대통령의 화·전간 분명한 태도표명을 강요해왔다. 확폭을 않겠다는「맥」장관의 월초발언에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지난 수일간「캄파」항과 「하이퐁」항을 엄습한 미 해군「제트」기들은 따라서「존슨」이 양자택일 의 강한 압력 앞에서 독수리 쪽을 택했음을 요란스럽게 외친 것이다.

<주전파들의 소신>
군사지휘관들은 최근에 개발된 전자기로 이 항구들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봉쇄가 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이들을 폭격목표에서 지금까지 제의해온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외국선박에 대한 피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화·전 논쟁에서「맥」장관이 확폭 효용을 부인할 때 상세한 수적근거를 제시한데 비해 군사지휘관들의 긍정론은 그와 같은 이론적 근거 없는「소신」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확폭이 당장에 눈에 보일만한 성과를 나타낼 전망은 없고 그런 성과를 기대하는 군사지도자들과 「존슨」의 초조감이 확폭의 치열도를 높일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것은 곧 전자기의 유무와 별로 관계없이 대전모험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할 만큼은 했다」
이 모험이 실제 위험으로 발전하지 않고 월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을「워싱턴」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이제까지 계속해온 확폭이 이루지 못한 그런 성과를 이번 확폭으로 얻으리라고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
이번 확폭 조처의 의의는 따라서 미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어떤 반전논의에도 불구하고「존슨」행정부는 전쟁을 격화시키는 방향으로 무한정 이끌어 나갈만한 의도를 갖고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월맹에 대해 심리적 압력을 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아져 있지 않나 생각된다. 국내적으로는 또 앞으로 월남정부를 중심으로 한 평화공세가 실시되는 경우「존슨」이 주전파의 주장대로『할 만큼은 했다』는 한 변명이 되어 자신의 정치지만 보호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장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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