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해져가는 미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인들이 무례해져가고 있다.

주위에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듯이 휴대전화로 시끄럽게 통화하며 길을 걷는다. 레터맨쇼에 출연한 마돈나처럼 욕을 내뱉는다. 아이들은 세상이 자기들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또 사람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미친 사람이 된다.

이것이 미국인의 예의범절에 대한 전국적인 설문조사를 통해서 나온 결과이다.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조사기관 퍼블릭 어젠다(Public Agenda)가 지난 1월 2천13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9%가 현재 미국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61%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진 존슨 퍼블릭 어젠다 기획국장은 "미국인 다수가 이 문제에 대해서 크게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 부분이 개선되야 한다고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서비스 역시 형편없어져서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서비스에 불만을 느끼고 상점에서 그냥 나와버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짜증날 정도로 시끄럽게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고 응답한 사람들 역시 절반이나 됐다. 운전자들 역시 10명에 6명꼴로 공격적이고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고 대답했다.

한편 많은 사람이 자기자신도 무례한 행동을 한다고 인정했다. 응답자중 1/3 이상이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험하게 운전을 할 때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수도 비슷했다.

그러나 흑인·장애인·동성애자 처우에 관해서는 응답자의 50% 이상이 과거보다 좋아졌다고 답했다.

무례함에 대한 인식은 내륙과 해안 지역 별로 거의 차이가 없이 상당히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나 비속어 사용에 대해서는 지역 별로 상당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남부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의 경우 3/4 정도가 비속어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북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의 절반은 비속어 사용에 대해 나쁠게 없다거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 범위는 ±2%이다.

연구자들은 이 전화 설문조사 이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텍사스주 프리스코·코네티컷주 댄베리·뉴저지주 포트리·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목표 집단을 조직해 추가 조사를 시행했다.

토론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쇼핑몰이나 경기장 등 공공 장소가 너무 붐비는 현상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다른 일부는 사람들의 생활이 점점 바빠지면서 무례함도 늘어간다고 말했다. 한편 텍사스주의 한 여성은 무례함의 책임을 록앤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돌렸다.

그녀는 "엘비스가 처음 엉덩이를 흔들었을 때 이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종종 거의 벌거벗은 사람들도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엘비스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때는 약간 심한 정도였지만 그것이 오늘 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D. 푸트남 교수는 무례함의 만연은 점차 심화되는 사회적 고립에서 비롯되는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푸트남 교수는 1999년 그의 저서 '홀로 살아가기(Bowling Alone)'에서 TV, 자동차, 주거지 교외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과거에 미국인들을 묶어줬던 공동체가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례함의 만연은 다른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일례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학교들을 들 수 있다. 많은 일들이 이러한 사회적 유대의 붕괴와 관련이 있다."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쳤을 때 올바른 대응법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6%는 지나친 정중함으로 상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해 주는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0%였다. 그러나 응답자의 42%는 그냥 못 본 척 지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답했다.

NEW YORK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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