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좌파적 정권' 발언 파문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전 총재가 3일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현 정권을 '좌파적 정권',민주당 노무현(盧武鉉)고문 진영을 '급진세력'으로 규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李 전 총재의 발언에 대해 "냉전 사고에 젖은 시대착오적인 망발"이라고 강력히 비난해 앞으로 여야간 이념논쟁과 색깔론 공방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李 전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고문측을 겨냥,"지금 급진세력이 좌파적인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으며,음모와 술수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무원칙한 작태가 횡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정권이 5년 더 연장될 경우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위기와 불안의 대한민국"이라며 "나는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李 전 총재는 "남북관계에서도,언론의 자유에 관해서도 내가 지켜나갈 자유민주주의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내 한몸을 바쳐 이 나라의 국기(國基)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그는 고대 정경대 교우회 초청강연회에 참석해 "볼세비키와 나치도 당시 대중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을 등에 업고 출현했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하고 인류에게 고통과 파괴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李 전 총재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대선 구도를 보혁(保革)대결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어서 여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은 "구시대적인 색깔논쟁으로 정치를 이끌어 가려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정치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며 李 전 총재를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배(金令培)대표직무대행은 "우리당은 중신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노선을 정강정책에서 분명히 천명하고 있다"며 "李 전 총재의 발언은 몰상식의 극치로 대통령 후보 자질에 결함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무현 고문은 "李 전 총재가 특권의식과 냉전 수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본인과 한나라당은 물론 이 나라에도 불행을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