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지금 원룸 임대 전쟁중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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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車모(29)씨는 최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원룸주택 월세를 구하러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원룸에 입주하면 집주인이 이사비로 10만원을 주고 부동산중개수수료도 집주인이 대신 내준다고 중개업소 직원이 말했기 때문이다.車씨는 “원룸주택을 많이 지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같은 조건을 내걸지는 몰랐다”며 “원룸시장이 심각한 소화불량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원룸 주택 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느라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시흥·안산·고양·인천시 등 원룸주택이 많이 들어선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앞다투어 임대 세일에 나서고 있다.

계약자에게 아예 보증금을 받지 않거나 한달치 월세를 깎아주는 원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상품권·가스레인지·금반지를 증정하는 등 선물공세를 펴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

시흥시 시화 신도시 Y공인 관계자는 “주인들이 세입자분 중개수수료를 대신 물겠다는 신축 원룸주택 매물이 20개가 넘는다”며 “하지만 물량이 많아 아직 빈방이 많다”고 말했다.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도 “안산시 등 인근 지역에서 시화쪽에 원룸을 구하겠다는 연락이 오면 승용차로 모시러 가고 있다”며 “요즘 원룸 세입자는 한마디로 왕”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6∼10평형 원룸의 경우 입주 때 선불(20만∼30만원)만 내면 아예 보증금을 받지 않는 집주인도 많다.일부 집주인들은 계약을 하는 세입자에게 이사 비용으로 5만∼10만원씩 지급하거나 ▶월세 1개월 ▶이사비용 ▶가스레인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형 임대 매물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지난해 이후 원룸주택이 많이 들어선 안산시에서도 첫 달 월세를 면제해주는 집주인들이 나타나고 있다.안산시 J공인 관계자는 “2∼3개월째 비어 있는 원룸이 많다”며 “이러다 보니 세입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보증금이나 월세를 조정해주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이 입주를 꺼리는 반 지하층은 더 파격적이다.고양시 대화동 B부동산 관계자는 “반 지하 원룸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관리비를 받지 않겠다는 매물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사철 비수기로 접어들면 임대매물 적체현상이 더 심각해져 집주인들의 세입자 구하기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본다.전문가들은 “일부 원룸의 경우 집주인이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접 세를 놓는 경우가 있다”며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낭패를 당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권리관계를 잘 따져본 뒤 입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조인스랜드) 박원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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