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노무현후보 이념·정책공방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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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선주자인 노무현(盧武鉉)후보를 둘러싼 이념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盧후보는 29일 "개혁은 급진.과격해서는 안되며 나는 기업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盧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1988년 "재벌주식을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고 말한 데 대해 "정권이 재벌을 자의적으로 주무른다면 (차라리 주식을)노동자들에게 나눠주라는 '비유적 야유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전체적으로 민영화 정책을 지지하지만 특수한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민영화는 실용주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盧후보의 이같은 해명은 자신에 대한 급진 진보 이미지를 희석시켜 보혁(保革)논쟁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인제(李仁濟)후보측의 김윤수(金允秀)특보는 이날 "盧후보는 자신은 원칙주의자고 남들은 기회주의자라고 매도해왔다"면서 "상황에 따라 논리를 바꾸는 것이 盧후보의 원칙주의냐"고 비난했다.

경남지역을 순회중인 李후보도 "범세계적인 무한경쟁 시대에 분배에만 함몰해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칠레와 아르헨티나처럼 기업도 망하고 일자리도 없어진다"면서 盧후보에 대한 이념공세를 계속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 나라의 미래를 걸머지겠다고 나선 여권 지도자를 보면 불안하다"며 "말을 수시로 바꾸면서 정말 이 나라의 미래를 어디로 끌고갈지 국민을 불안과 좌절에 떨게 하고 있다"고 盧후보를 비난했다.

이강두(李康斗)정책위의장도 "盧후보의 토지.재벌주식 분배 등의 발언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것"이라면서 "숨겨진 본모습을 드러내라"고 공격했다.

한편 민주당은 30일 경남(선거인단 4천2백1명),31일 전북(선거인단 2천9백75명)지역 순회경선을 실시한다.이 두 곳의 득표에 따라 선두인 이인제 후보(총득표 3천8백34표)와 2위인 노무현 후보(총득표 2천1백44표)의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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