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테러범 정보 받고도 관리 소홀 … FBI 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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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충분치 못해서인가, 아니면 수사기관이 무능해서인가.”

 미국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의 불똥이 연방수사국(FBI)으로 튀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 연방 상원의원 등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사건이 일단락되자 그동안 묵혀뒀던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FBI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으로부터 2년 전인 2011년 1월 숨진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와 체첸 테러리스트 간 연루설을 제공받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타메를란은 FBI의 조사를 받은 뒤 1년도 안 돼 러시아를 6개월 동안 방문했으며, 돌아온 뒤 유튜브에 이슬람주의와 테러 관련 동영상들을 게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레이엄 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FBI가 위험을 감지하고도 (테러 용의자) 후속 관리를 하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법이 문제라면 당장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타메를란은 미국인을 죽이는 얘기를 웹사이트에 올리고, 위험 지역을 방문했다”며 “그런데도 정부기관 어디에서고 감시받은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메를란은 FBI 조사를 받은 뒤 시민권 심사를 보류 당했다. 반면 비행기 탑승 금지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의 마이클 매컬(공화당·텍사스)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FBI 국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매컬 위원장은 “미국 정부는 왜 그를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 킹(공화당·뉴욕) 연방 하원의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FBI를 성토했다.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테러방지·정보 소위원회 위원장인 킹 의원은 “내가 아는 한 FBI가 이번처럼 테러 방지에 실패한 사례가 벌써 다섯 번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킹 의원은 FBI로부터 사전조사를 받은 인물이 테러 사건을 저지른 사례도 열거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예멘 알카에다의 지도자 안와르 알아울라키,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에 가담한 데이비드 헤들리, 2009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미군 사병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카를로스 블레드소, 텍사스주 포트후드 미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숨지게 한 니달 하산 등이다.

 FBI 측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2년 전 조사를 한 건 사실이지만 테러 활동에 가담한 일이 없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자칫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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