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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 노무단(KSC)의 기간요원으로 일해온 장병 2백32명은 지난 9일 16년간의 현역복무를 마치고 예편했다. 그리고 KSC노무자 5천1백23명은 일반노무자와 같이 미8군과 고용계약을 맺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KSC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내용을 아는 사람 가운데도 그러한 단체가 지금까지 심각한 말썽을 안은 채 존속해 온데 대해서 놀랄 것이다. KSC는 6·25동란 때 미군들의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맥아더」 장군의 요청으로 발족한 노무단이다.
탄약보급, 부상병 후송, 진지구축 등 모든 군사작전지원 작업에 이들은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작전지원 노무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이 노무단은 군대의 편제로 편성됐고 기간요원은 현역장병과 같은 계급을 달고 일해왔다.
그러므로 이들은 현역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신분으로 16년을 지내온 셈이다. 단장과 참모, 그리고 대대장은 육군의 현역장교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KSC장병은 모두 중대장 이하의 직책에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40세를 넘는 이들 노병들은 중위를 넘지 못했다. 그리고 이들의 봉급전액을 미군 당국이 부담해왔다.
이 괴상한 군대아닌 군대는 개정된 병역법에 의해 61년에 예편됐는데, 국방부의 특명이 내리지 않아 그대로 군인행세를 지난 8월 6일까지 해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들은 퇴직금 문제로 7월 미군 당국과 충돌했다. 이들은 16년간의 복무에 대한 퇴직금을 요구했는데 미군 당국은 11년간의 복무에 대해서만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여 맞섰으며 결국 16년 분을 지급 받게 되어 수습됐다. 우리 사회에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수도 없이 많다. KSC는 하나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군인도 아닌데 군의 계급장을 달고 미군한테 월급을 받아온 이들 무명의 용사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고발하는 증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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