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도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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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화단에 핀 봉선화가 그 무성한 입사 귀를 축 늘어뜨리고 있다. 장마비가 그친 뙤약볕에 숨이 막히는 모양이다. 대청에 돗자리를 깔고 소매 없는 「무무」를 입은 채 가만히 있는 데도 등에 땀이 스며 나온다. 이국적인 어휘인「바캉스」가 아니라도 물과 시원한 산의 계곡이 그리워진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기 방학 생인 큰아이는 「바캉스」인가 무엇인가를 자꾸만 설명하란다.
『엄마「바캉스」는 먹는 것인가요. 구경이라도 했음 좋겠네요』
아빠와 나는 그저 웃어 넘겨버리지만 신문마다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는 어휘다.
○…여름이 되면, 방학이 되면 그렇게 즐겁고 계획이 많던 학생시절과는 달리 여름방학이 되면 물가에서 희생되는 아이들의 기사만이 「클로스·업」되어온다. 다 자란 대학생이, 철모르는 유아가, 청소년들이 작은 부주의로 그귀한 목숨을 잃어 부모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계절. 이런 희생 없이 즐거움을 즐거움만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정순·39·주부·서울 북가좌동 산 1의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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