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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투자자도 기업 내부정보로 투자이득 땐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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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앞으로 일반 투자자도 기업의 호재를 발표 전에 알아내 투자이득을 올리면 부당이득의 100% 이상 과징금을 물게 된다. 지금까지는 기업 내부자만 처벌했을 뿐 그 정보로 이득을 취한 일반 투자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이는 주가조작 처벌 대상이 전문 작전세력에서 개인투자자로 크게 확대되는 것이어서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주가조작 사범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이익금의 2~4배를 환수하고 국세청이 증여세와 양도소득세 등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18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첫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근절을 주문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조치다. 대책은 금융위·법무부·국세청·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정부 관계 부처·기관 합동으로 수립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시장질서 교란행위(Market Abuse)’에 대한 규제 제도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개정안은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되며, 이르면 올해 안에 시행된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관계 부처·기관이 힘을 합쳐 ‘주가조작은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된다’는 시장규율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기업 정보를 공시 전에 내부 직원에게 듣거나 시장정보(기관투자가의 투자 정보 등)를 증권사 직원 등으로부터 입수한 일반 투자자가 적발될 경우 주가상승분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미국은 내부정보를 이용한 일반투자자에 대해 두 배의 과징금을 물리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일반투자자의 부당이득을 환수하고 있다. 김홍식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미국·EU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조치”라며 “과징금을 부당이익만큼만 매길지 더 많이 매길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이익 환수는 강력해진다. 예를 들어 이익금이 2억원이면 2억원은 부당이득으로 판단해 몰수·추징하고 별도로 2억~6억원의 벌금을 매긴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개정안과는 별도로 주가조작 사범의 개인정보를 국세청에 통보해 세금 탈루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김 과장은 “지인이나 사채업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한 이들은 부당이득 환수는 물론 증여세·양도소득세 같은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조작 제보자에 대한 포상금 한도는 현재 3억원에서 2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와 함께 현재 1년 이상 걸리는 주가조작 수사 기간을 5개월가량으로 확 줄이기로 했다. 수사 기간 중 주가조작 증거를 없애거나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를 막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우선 중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에서 적발하면 금융감독원·증권선물위원회 심사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검찰이 수사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제도가 도입된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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