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왕세자빈 마사코 우울증 '은둔' 끝내고 11년 만에 공식 외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비운의 왕세자빈’ 마사코(雅子·49·사진)의 네덜란드 방문에 일본 열도가 들썩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나루히토(53) 왕세자와 마사코 왕세자빈이 30일 네덜란드의 국왕 즉위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18일 보도했다. 공무를 위한 마사코의 외국 방문은 2002년 말 뉴질랜드와 호주 방문 이후 11년 만이다.

 마사코는 2003년 대상포진으로 입원한 뒤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병명은 ‘적응 장애’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선 “왕위를 계승할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스트레스 때문” “고부갈등 때문”이란 갖가지 소문이 떠돌고 있다. 치료와 요양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해외 방문은 물론 국내 행사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몸이 안 좋다”며 참석이 예정됐던 국내 행사에 갑자기 불참했던 경우도 있었다.

 네덜란드 방문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도 괜찮을지, 중요한 행사라는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지’라는 걱정 때문에 결정이 늦어졌다. 늦어도 4월 초엔 네덜란드 왕실에 참석 여부를 통보해야 했지만 기한을 넘겼다. 마사코의 담당 의료진이 ‘OK 사인’을 낸 뒤에야 방문이 결정됐다. 궁내청 장관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하루라도 빨리 방문 여부를 결정해 주시라”고 했고, 이 발언이 ‘궁내청과 왕세자 부부 간의 갈등’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이번 방문엔 양국 왕실의 친밀한 관계와 마사코와 네덜란드의 인연이 영향을 미쳤다. 왕세자 가족은 마사코의 요양을 위해 2006년에도 네덜란드에 2주간 머무른 적이 있다. 또 마사코의 아버지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판사로 재임 중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