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학 파산 시대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대구광역시에 있는 경북외국어대가 어제 교육부에 자진 폐교를 신청했다. 지난해 건동대에 이어 스스로 문을 닫는 대학이 또 나왔다. 대학도 경쟁력이 없으면 망하는 냉혹한 현실이 우리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일본에선 2000년 들어 대학들이 잇따라 파산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우리 대학들은 일본의 사례를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는 사이 학령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어 2017년이 되면 고교 졸업생 수가 대학 정원보다 적어지며, 2020년엔 대학들이 정원 10만 명을 채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경북외국어대는 어제 홈페이지에서 “소규모 대학으로서 한계에 부닥쳐 재정난이 매년 가중돼 왔으며, 현재 교직원 봉급조차 줄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결국 이 대학처럼 경영난에 봉착해 문을 닫아야 할 대학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2008년 이후 자진 폐교한 두 대학 외에도 이미 5개 대학이 경영부실 대학으로 지정되면서 강제 폐쇄된 상태다. 이들 대학 말고도 학생 등록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지방대학은 부지기수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전액 장학금을 주고 외국인 학생을 데려와 자리만 메우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학 파산 시대를 맞는 우리 대학과 교육당국의 준비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학은 스스로 정원을 줄이고,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중단하며, 경쟁력 있는 분야만 남기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교수 이기주의에 밀려 주저할 때가 아니다. 교육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생존을 위해 스스로 구조조정을 선택하는 대학을 도와야 한다. 문 닫는 대학의 학생을 주변 대학에 편입시키는 등 학생 보호 대책을 세우고, 부실 사학이 자발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퇴로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사립대 법인이 자발적으로 퇴출을 선택할 때 일부 재산을 돌려주거나 문 닫는 사립재단을 복지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그동안 숱하게 논의만 됐을 뿐 결과가 없었다. 이제 법적 근거조항을 마련하는 등 법제화를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