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는 곳 손닿는 곳마다 추억은 살아나고|명인을 삼키는 「프」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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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 이승만 박사 미망인 「프란체스카」 여사(68)는 만 1년만에 다시 온 제2의 고향 한국땅에서 조용히 이틀 밤을 보냈다.
부군의 대상을 치르기 위해 17일 낮 NWA기편으로 한국땅을 밟은 「프란체스카」 여사는 첫날밤을 숙소인 반도「호텔」918호실에서 아들 이인수시 및 몇몇 친지들과 함께 지난날의 회포를 털어놓으며 자정이 넘도록 잠자리엘 들지 않았다.
○…피로와 추억속에 하룻밤을 지낸 「프란체스카」 여사는 대상날을 하루 앞둔 18일 흰색 「투피스」로 갈아입고 아들 인수씨와 함께 이 박사의 빈소가 마련된 이화장에 들렀다.
녹음이 우거진 이화장 정원을 거닐면서 「프란체스카」 여사는 옆 사람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나지막한 음성으로 무엇인가 오랫동안 속삭이듯 말하곤 했다. 대청이 붙은 안방에 마련된 빈소에 들러 「프란체스카」 여사는 약 20분이 넘도록 흐느꼈다.
고인의 영전에 분향을 마친 「프란체스카」 여사는 대청으로 나와 옛날 이 박사와 함께 앉았던 2인용 등의자에 앉아 아들 인수씨에게 여러 가지 국내사정·집안사정을 묻기도 했다.
낡은 자개상위에 떡과 홍차가 차려지고 선풍기는 섭씨 34도의 무더위를 쫓느라고 쉬지않고 돌고있었지만 「프란체스카」 여사는 연방 손수건으로 땀과 눈물을 닦았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이화장 뒤뜰에 이름 없는 야초들이 울창하게 자란 것을 보고는 『모든 것이 변한게 없지만 꼭 한가지 변한게 있구만…』며 말을 잇지 못하고 또 한 번 눈물을 닦아냈다.
○…낮 4시쯤 다시 한번 분향한 뒤 영전 옆에 놓인 이범석 홍진기씨 등이 보낸 조화를 가리키며 어떤 분들이 보낸거냐고 묻기도 했고 이화장 구석구석을 매만지면서 닫긴 미닫이를 열어 보기도 했다.
이날 이화장에는 이씨 문중을 중심으로 한 몇몇 사람이 대상준비에 분주했으나 자유당 때 고관을 지낸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4시20분쯤 「프란체스카」 여사가 다시 숙소로 떠난 후 아들 인수씨는 『일부에서 어머니의 한국 영주를 권유하기도하고 또 어머니 뜻도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어머니가 나와 함께 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2주간 머무르기로>
「프란체스카」 여사는 앞으로 약 2주동안 한국에 머루르면서 가까운 친지들이 초대하는 「파티」에 참석한 뒤 한국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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