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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도서관 반세기의 종장|끝내 문닫는 「한국최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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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미독립운동이 일어난 1919년 9월 겨레의 얼을 일깨우자고 한 선각적 서울시민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도서관인 경성도서관(현 서울시립 종로도서관·서울 종로 2가 37)이 오는 21일 개관 반세기만에 끝내 문을 닫는다.
서울시 당국은 「파고다」공원 「아케이드」건설과 도로 확장공사를 이유로 종로도서관을 옮겨 세워준다는 다짐이나 계획도 없이 폐관을 재촉해왔다. 시당국은 지난 4월 초 『4월20일까지 폐관』을 통고, 도서관측에서는 옮길 곳이 없다는 이유로 폐관을 밀어왔으나 다시 『7월20일까지 문을 닫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 당국자는 17일 상오 『당장 문을 닫으라고 재촉하고 있으나 6만 장서를 보관하려해도 80평의 건물이 있어야하고 50년간 고이 간직해온 진본과 귀중한 자료 등이 훼손될까 안타깝다』면서 부득이 문을 닫기는 해야 하겠지만 장서를 옮길 곳조차 마련해 주지 않는 폐관 통고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종로도서관이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곳을 찾아 공부하던 학생들은 『철거전에 이전계획을 세우라. 철거가 부득이한 경우라도 되도록 그 날짜를 미뤄 책을 볼수 있게 해달라』는 연판장을 만들어 국무총리·문교부·서울시·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진정하고 있다.
열람석 3백석의 종로도서관엔 하루 약 5백명이 드나든다. 경성도서관은 3·1운동이 일어난 「파고다」공원 바로 옆 지금 자리에 그해 9월 이범승(82·공복후 초대 서울시장)씨가 구한국군 군악대 건물을 빌어 세운 도서관.
이 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공도서관 일뿐 아니라 이씨는 아동관을 마련, 일본에서 각종 과학교제, 그 밖의 시청각교육 기구를 마련하였고 소파 방정환, 정흥교 선생을 모셔 매주 토요일 하오엔 동화회를 열었다.
또한 이곳은 학교에 가지 못한 청소년을 위해서는 처음으로 성인교육을 실시하였고 조선여자청년회 회장 신암베트 여사와 함께 새 교육을 받지 못한 구가정의 부녀자들을 모아 신여성교육을 펴기도 했던 곳.
경성도서관은 이같이 여러 가지 새싹이 튼 곳이나 이범승씨 한사람의 손으로 유지하기엔 너무나 벅차 26년 개관 7년만에 당시의 경성부에 기부, 시립도서관 종로분관이 되었다가 해방후 시립종로도서관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던 것으로 개관 반세기만에 이제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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