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헌을 받들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늘은 제19회 제헌절, 민주시민 된 자랑과 의무와 권리를 되새겨 보는 날이다. 서울시민회관에서는 예년과 같이 기념식이 베풀어졌다. 민과 관이 함께 국헌을 받들 결의를 새롭게 가다듬기 위함에서이다.
그러나 1948년 7월14일의 헌법공포를 기념하는 오늘은 그저 단순하게 그 날을 되새기는 날이 아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뜻을 대통령취임에 즈음하여 국민 앞에 선서해왔다. 반공·반독재의 피 어린 투쟁의 역사로 이룩된 우리의 국헌은 우리사회의 지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선서와 그 지주가 멍들지 않으면 안되었던 지난날의 고난을 되돌아보고 국헌의 보지를 위한 실천적 결의를 새롭게 하는 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종래 이 나라 헌정은 삼권분립이 그 균형을 상실했을 때 위기 앞에 섰고 물리적 강제력이 「법의 지배」에 우선하였을 때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이든 헌법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헌법의 권위가 유린되었을 때 헌정이 위기를 고하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첫째로는 헌법의 존업성은 그때 그때의 집권세력이 그것을 마치 집권연장이나 집권의 편의를 위하여 자의로 뜯어 고친 데서 크게 짓밟혔던 것이 사실이다. 민주국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헌법이 전 국민적인 관심이나 이해와 상관없이 집권도구화하기 일쑤였던 지난날의 체험들은 반민주적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기본법을 유린하는 집권세력의 자의가 되풀이되는 한 민주주의가 바르게 성장할 수도 없었고 국민 일반의 준법의식의 해의를 책망할 근거도 없었다. 헌법의 존엄성과 권위는 언제나 집권세력 스스로가 그것을 받들 때에만 지켜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민 일반의 책임도 있다. 국헌을 받들고 발전시킬 책임은 결코 집권세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헌을 받들 제1차적 책임이 있는 집권세력이 제아무리 횡포를 다하려 해도 국민의 민주정신과 역량이 고도의 수준의 것일 경우에는 집권세력인들 별 도리가 없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집권세력이라면 민중의 밑바닥으로부터의 호헌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헌을 받들고 발전시킬 책임은 근원적으로는 국민 일반에게 있다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국민의 민주역량이 한껏 자라났을 때 다해진다는 것을 망각할 수가 없다.
오늘 우리는 제19회 제헌절을 맞으면서 다시금 모든 위정자들과 국민들에게 국헌을 받들고 호헌의 결의를 새롭게 하여주기를 절망하거니와, 특히 모든 여·야 정치인들이 오늘을 당하여 정궤를 벗어난 헌정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