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형 OB축구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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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축구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이유형(李裕灐)전 한국OB축구회장이 29일 별세했다. 92세.

숭실중-연희전문-경성축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한 고인은 일본 대표선수를 지냈고,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등 해방을 전후한 시기에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이자 명감독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54년 3월 7일 도쿄의 메이지신궁 경기장에서 스위스 월드컵대회 출전권을 놓고 일본과 맞붙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출전은 쉽지 않았다.

당시 월드컵대회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졌는데 한.일간 국교 정상화가 되지 않은 데다 이승만 대통령이 우리 선수들의 일본 방문을 꺼렸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고인이 李대통령에게 "패하면 귀국하지 않고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다짐하고서야 일본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스위스월드컵 출전 티켓을 따낸 후 李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고(故)김용식씨에게 넘겨주고 은퇴했다. 본선에 진출한 한국팀은 2전 전패로 예선탈락했다. 李감독은 56년 국가대표 사령탑에 복귀, 홍콩에서 벌어진 제1회 아시안컵 대회에서 이스라엘을 누르고 원년 패권을 차지해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했다.

고인은 이후 경향신문 체육부장 등으로 활약했으며, 대한축구협회 이사를 거쳐 한국OB축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외아들 이은영(50)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31일 오전 6시. 02-362-4699.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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