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놓은 약속도 안 지키면서 … 또 정치쇄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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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한구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정 의원. [김형수 기자]

새누리당은 17일 지역구 주민 등 국민의 뜻에 따라 부정·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의 4년 임기를 2년 만에 중단시키거나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정한 숫자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어 임기 만료 전에 해임을 청구할 수 있게 하자는 일종의 ‘리콜(recall)’ 제도다.

 또한 유권자가 인터넷으로 입법을 청원하고, 법안을 발의하면 국회가 의무적으로 이를 심의하게 하는 ‘전자국민창안제’와 ‘전자국민청원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이런 내용의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특위가 발표한 개혁과제는 국회·정당·선거 등 분야별로 80개에 달한다. 지난 대선 당시 천명했던 면책특권·불체포특권 같은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나 ‘먹튀방지법’(대선 후보 중도사퇴 시 선거비용 전액 반환) 제정, 의원연금 폐지안도 다시 포함됐다.

 새누리당의 정치쇄신안은 지난해 6월의 ‘국회 쇄신안’, 대선 직전의 ‘정치쇄신 공약’에 이어 당명 개정 후에만 세 번째 나온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대선 당시에도 정치쇄신특별위원회(위원장 안대희)를 만들어 쇄신안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다시 대학 교수 등 외부 인사 9인으로 구성한 별도의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과거 발표한 대부분의 쇄신안도 법제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특위를 만들어 과거와 중복되거나 검토 중인 사항을 정치쇄신안으로 내놓은 셈이다.

 박재창 위원장은 이날 “그동안 많은 정치쇄신특별위원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왜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은지 원인을 혁신하고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향으로 쇄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천 없이 쏟아져 나오기만 하는 정치쇄신안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불체포특권 폐지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쉽게 추진되기 어려운 문제다. 역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몇 차례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됐었고, 19대 국회 들어서도 지난해 6월 황주홍 의원 등 민주통합당 초선의원 14명이 국회의원 국민소환법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의원연금 폐지 문제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전 공약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무공천 약속을 이번 4·24 재·보선에선 지켰지만 향후 지방선거에까지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 때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은 “정치 쇄신의 핵심은 인적 쇄신인데 새 정부에서 탕평인사는커녕 인사사고만 터지지 않았느냐”며 “제대로 지켜지지도 않는 정치쇄신안을 줄줄이 발표해 봤자 국민들의 피로감만 쌓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분만 있고 현실성이 부족한 안을 내놓을 경우엔 뜬구름 잡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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