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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베의 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예무역은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빼앗았던 중세의 「페스트」처럼 치명적인 것이었다. 아니 그 사회적 결과에 있어서는 훨씬 더 무서운 것이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깊이 뿌리박은 인간 경시에 의해서 「아프리카」인과 「유럽」인 쌍방의 사상과 행동을 타락시켰다.』 영국의 「저널리스트」「버즐·데비드슨」의 말이다.
노예무역은 강한 놈이 약한 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가족의 유대마저 없애버렸다. 어미가 자식을, 자식이 어미를 아무 가치 없는 물건으로서 「포르투갈」인에게 팔아 넘겼다. 「포르투갈」인은 벌겋게 달군 쇠로 마치 가축에게 하듯이 인간에게 낙인을 찍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역사로 한사람 한사람의 정신과 민족성의 뼈속까지 썩었던 「아프리카」는 지금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분노가 세계를 진감 시킬 날이 언제 나올 것인지?
그러나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자가 여전히 있으니 의구한 식민주의자들과 그 앞잡이「촘배」.
「촘배」는 65년 10월 「콩고」 수상직에서 쫓겨나 「스페인」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이 어수선한 틈을 타 다시 「콩고」로 침공하려다가 지난달 30일 엽기적인 납치를 당했다. 비행기에 같이 탔던 정체불명의 사나이 「프란시스·보드망」이 조종사를 협박하여 「알제리」에 강제 착륙시킨 것이다.
「콩고」 정부는 「알제리」 정부에 그를 인도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데 「알제리」 정부는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의 인도는 거의 확실시되며 「콩고」 정부는 그를 처형하게 될 것이라 한다. 그의 납치와 때를 맞추어 「콩고」에는 「촘베」의 백인용병이 반란을 일으켰다. 오랜 세월의 식민지통치의 맛을 백인들은 좀처럼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지난날의 영화를 그대로 꿈꾸는 「식민뇌」는 어느 세월에나 없어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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