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곤충이 속삭입니다 내가 때렸던 친구에게 용서 빌 용기 내라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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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다음 달부터 유치원생을 비롯한 초·중·고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숲 속 학교’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사진은 지난해 시범 운영한 ‘숲 속 학교’에 참여한 유치원생들이 담력을 기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나무다리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사진 산림청]

“학교 다니는 동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 아무도 없어 눈에 띄고 싶어 말썽을 부렸어요. 자연과 함께한 숲 속 학교에 참가한 뒤부터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게 돼 동료들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산림청이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매주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강원대 학술림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한 ‘숲 속 학교’에 참가한 대전 A고교 3학년 김모(19)군의 변화된 모습이다. 이 ‘숲 속 학교’에는 김군 등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법원으로부터 5일간 대안교육을 명령받은 14명이 참여했다.

 교육을 끝낸 뒤 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14명 중 ‘학교에 다시 다니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13명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대답했으며 한 명은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받은 느낌에 대해서는 14명 모두 ‘친구와 학교에서 마음으로 용서해 준다면 그들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숲해설가 김은영(40)씨는 “숲 체험을 통해 심신장애인들에게는 안정을, 비행청소년들에게는 서로 도와주는 협동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숲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 등 청소년 인성교육인 ‘숲 속 학교’를 다음 달부터 본격화한다.

 이 학교는 산림을 청소년 인성 강화와 교육의 마당으로 적극 활용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숲 속 학교는 청소년의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고 건강 증진에도 효과가 크다는 데 착안한 교육이다. 교육장소는 전국의 자연휴양림 126개와 수목원·산림공원 등 336곳을 활용하고 400여 명의 숲해설가 등 전문가가 강사로 나선다. 교육기간은 주말을 이용한 당일형과 1박2일형, 방학기간 동안 1주일 코스 등으로 참가비는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산림청은 ‘숲 속 학교’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심리학 전문가 등 상담사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문제점을 파악해 숲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및 가해자 등이 숲 체험을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남을 위한 나눔문화’ 등을 일깨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고사목 등 폐자연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목공예품 만들기, 청소년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숲 속 트레킹, 풀과 곤충 등 생물을 통해 자연사랑의 숲 오감(五感) 체험, 명랑운동회,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숲과 친해지기 등으로 짜여 있다.

 산림청 신원섭 청장은 “실제로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인터넷 중독 청소년 등에게 숲 체험·교육을 수행해 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 같은 학교를 마련했다”며 “숲을 경험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느끼고 자신과 주변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해 미래 세대들이 공존과 배려·협동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느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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