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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자와 대학휴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평화스러워야 할 학원이 정치적 혼란의 피해를 이 나라에서처럼 심각하게 입는 사례는 세계의 허다한 신생국가 가운데서도 그 유례가 드물 것이다.
이것은 물론 일제시대 이래의 우리 학생운동과 정국과의 상관관계에 유래된 역사적 배경에도 기인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이 나라 역대 위정당국과 학원행정당국자들의 무사안일주의의 소치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환언하면 한편으로는 학생 「데모」가 마치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나 되는 것처럼 착각하여 음양으로 이에 영합하려고 하거나, 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것만 막을 수 있다면 정국안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의 단견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로는 이와 같은 사태를 그저 운명적인 수난으로 체념하고, 언제나 피동적인 자세로 정국혼란의 격류 속에 휘말려 들어가 거의 한번도 교육자로서의 「이니시어티브」를 쥐어보지 못한 이 나라 교육자들의 안일주의가 도사려 왔던 것이다. 이것들이 상승 작용하여 우리나라 정국불안과 학원의 근원적 피해는 거의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연쇄를 이루고 있다하여 조금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은 그 선후관계가 어떻든 단연코 단절되어야 하며 또 그 단절을 위해서는 위정당국 및 학원당국 쌍방이 모두 절실히 그 책임을 통감하고 비장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근자 6·8 총선의 후유증 가운데서도 국민을 가장 우려케 하고 있는 학원휴업의 장기화현상에 대해서도 그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이 간단한 사리에 대한 철두철미한 반성과 결단이라 할 수밖에 없다.
28일 서울시내 31개 주요대학 총·학장들은 학생 선도를 위한 문교당국과의 연석간담회를 가졌었다. 이 회의의 대체의 의견은 오는 7월3일부터 예정했던 학기말 시험을 다시 중지케하고, 곧장 방학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결론이 기울어졌다고 전해진다. 지난 13일 이래 거의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됐던 휴업사태가 그 동안 정국이 어느 정도 호전됐다는 판단 아래, 이미 대다수 고교는 수업을 재개했었으며, 일부 대학 측도 7월초부터는 학기말 시험을 치르기로 공고했었다. 그러므로 그 동안의 사태변동이 과연 어느 만큼 심각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다시 교문을 닫는다는 것은 학생 개개인을 위해서나 이 나라 교육계 및 국가의 장래를 위해 이 보다도 더 가슴아픈 일은 없다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한 총·학장 및 문교당국의 연석회의가 그 회의목적인 「학생선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합의에 도달하는 대신, 또 다시 오직 학교 문을 닫는 방법으로 사태를 호도 하려는 안일을 택한 데 대하여 교육을 본시에서 불만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극한적인 대립상태 속에서 당분간은 헤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되는 여·야 정치인들의 작금 동태에 비추어 지금 학생과 학원을, 국가장래에 비추어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사람은 오직 총·학장을 비롯한 교수들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상황하에서 교육자적 신념과 순교자적인 사명감의 고취를 호소하며 그들이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정신생활 속에 뛰어들어 극적인 호응을 얻음으로써 또 다시 교문을 닫는 이외의 방법으로 사태가 하루 속히 해결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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