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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르」의 전후처리|중동 「4일 전쟁」 뒤 패장의 「타는 속」-「카이로」=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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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수에즈」의 교훈>
56년의 「수에즈」전쟁에서 「아랍」공화국은 『전투에 지고 전쟁에 이겼다』는 평점이 나왔다. 전승국 「이스라엘」은 영·불과 함께 국제적으로 사실상 침략자의 낙인이 찍히고 전후처리는 패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말이 났다.
전후처리가 패자에게 유리하게 마련된 것은 첫째 영·불·「이스라엘」의 공동침공은 마치 참새에 대한 독수리의 기습으로 비유되어 「아랍」측이 국제적인 동정을 샀고 둘째는 미·소가 적극 개입했기 때문이었다.
까닭이야 어쨌든 이러한 유리한 외교의 힘으로 「나세르」의 영도권은 오히려 강화되기에 이르렀던 게 사실이다. 패장 「나세르」는 지금 9년 전의 역사가 되풀이되기를 바라고 있다 거꾸로 「이스라엘」은 9년 전의 쓰디쓴 교훈을 거울삼아 이번만은 전승국으로서의 권리와 입장을 촌보도 양보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밝지 않은 전망>
열전이 끝난 이래 중동분규는 무대를 「유엔」과 강대국의 수도로 옮겨 「아랍」측의 희망대로 56년의 재판이냐 「이스라엘」측의 주장대로 고전적인 방식에 의한 전후 처리냐로 집약되어있다. 「이스라엘」이 「아랍」측과의 직접교섭을 주장하는 것이나 「아랍」측과의 직접교섭을 주장하는 것이나 「아랍」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안보리와 총회의 토의결과나 미·소 정상회담의결과를 보면 이번에는 패장 「나세르」의 강변이 통할 전망이 어둡다.
특히 「나세르」가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던 것은 소련이었지만 「글라스보로」서 「존슨」과 더불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다시금 인정한 것은 다른 사람 아닌 소련 수상 「코시긴」이다.

<국민관심 밖으로>
『서쪽에서 공격해 올 줄 알았던 「이스라엘」군이 동쪽으로 공격해 와버렸다』고 궁색한 변명을 한 「나세르」는 국군의 재편성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지금 대규모적인 숙군을 단행중인 것으로 이곳에서는 알려지고 있는데 이것은 패장 「나세르」의 지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군 재편성은 반 「나세르」「쿠데타」의 예방조치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랍」공화국이나 「시리아」의 국내사정이 이러한 것임을 고려할 때 소련의 사실상의 「속수무책」은 「나세르」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나세르」는 「아카바」만을 봉쇄해 놓고 그 「기정사실」이라는 이름의 무기를 종횡으로 휘두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신구 「예루살렘」의 통합, 「수에즈」운하의 차안의 점령 등의 확고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오진한 소련원조>
대내적인 임전태세의 불비, 혁명의 미완성이라는 약점을 안은 데다 소련의 지원을 과신한 「나세르」가 실책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소가 이번 중동전쟁을 계기로 해서 그 공존 및 협조의 노선을 한 차원 높여 재삼 다짐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아랍」권에 대해 가장 충실한 지원자로서의 위신을 지켜야 할 입장에 있는 소련을 어느 한계 안에서 궁지에서 구제하면서 그 대신 월남문제와 핵 확산 협상에 소련의 보다 협조적인 태도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소의 움직임을 이곳에서 보고 있노라면 다원화의 물결에 퇴색했다 싶던 「팍스·루소·아메리카나」의 건재가 새삼 두드러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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