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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 정신과 근대화|박 대통령취임식에 즈음하여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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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거운 책임>
7월1일. 앞으로 사흘 후 내 외국의 융숭한 축복가운데 취임식을 맞이하게 되는 박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는 책임이 무거움을 깊이 느낄 것이라고 짐작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이 두 번째의 대통령취임으로 5·16 이후 이번 임기가 끝나는 1971년까지 실로 10년 집권이 되는 것이고 그리고 이번 임기를 다함으로써 우리 헌법이 허하는 바 대통령임기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 4년간의 새 임기야말로 지난 5년간의 경제개발계획에 의한 국가근대화 사업을 더욱 성공적으로 매듭을 지어야 할 것이라는 결의도 크려니와 그러함으로써 4년 후 대통령직위에서 떠날 때 어떤 분이 그 뒤를 이어 맡는다고 해도 나라의 장래가 크게 염려될 바 없도록 온 국민과 더불어 나라의 역사적 방향을 뚜렷이 할 수 있는 탄탄대로를 닦아 놓음으로써 박 대통령 10년 집권의 업적이 곧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가 반석같이 굳고 크게 이루어져야 할 것을 또한 크게 기약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통령취임식에 즈음하여 한가지 우리 사회에 결핍되고 있는 것을 지적해 주고 싶다. 이는 우리 사회의 도의정신 결핍인 것이다. 우리들 국민 사이에 평소 많이 생각하면서도 이룩되는 바 없음을 개탄하고 있는 가정 절실한 것의 하나요 또 오늘의 모든 복잡하고 심각하고 또 어지러운 모든 문제의 핵심이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 곧 도의정신의 결핍이라고 할 것이다.

<지도자 상>
우리는 거짓으로서는 살 수 없다. 나라의 어떤 다채로운 외관의 건설이나 생산산업의 발전, 또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이 아무리 크게 볼만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정신의 바탕이 흐리 멍텅하고 국가의 도의적 기강이 서지 않고는 국민은 사람마다 저만 이로우면 그만이라고 이기의 물욕 속에서 젖어 국가 국민을 저버리기가 일쑤일 것이고 또 나라의 행정이나 정치에 접촉하는 사람들은 세도와 영화에만 눈이 어두워 희생이나 봉사의 정신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때문에 부정·부패는 꼬리를 물고 잇달아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도의정신이란 무엇이냐,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들의 국가생활에서는 애국심이라는 한 말로 요약될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생명의 영원함을 믿고 그 무궁번영을 위하여 모든 고난을 참으며 싸워 나갈 수 있는 그 생명력의 정신적 원천은 오직 국가 경영의 정신적 목표를 도의정신의 계발에 두고 모든 정책면에서 이를 뚜렷이 밝혀 나가는데 있을 것이다. 그러함으로써 국민은 스스로 사회 도의의 표준을 찾게 될 것이다. 도의정신의 결핍은 국민과 국민 사이에 또 국민과 모든 국가, 사회의 기관사이의 불신, 중상·모함·배타·편견·의혹을 자아내게되고 내지는 법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불법과 폭력의 발효를 보게된다.
이를 한 말로 줄인다면 한 나라의 도의정신의 결핍은 곧 정치의 타락과 부패를 뜻하는 것이다. 적어도 정치인이라, 국회의원이라고 하고 또 정부의 고관이라고 하면 국민 앞에 떳떳한 지도적 면목을 가져야 할 것 아닌가. 정치에서 도의정신을 살리지 못한다면 책임정신을 저버리게 될 것이다. 정치의 도의, 즉 책임정신의 확립은 국민의 도의심의 표준이 될 것이다.

<공동체 정신>
국가의 근대화를 위하여 선진국가의 보편적인 근대화의 자취를 찾아본다면 그는 사회공동체 정신을 확립하는데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곧 민주주의 사회체제를 이룩하는 길이었다고 할 것이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돕는 협동과 봉사의 정신 없이 우리는 하나같이 뭉칠 수 없었다면 산업경제의 번영을 기약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공동체정신의 왕성한 발전은 곧 국가정책의 도의적 표현의 목표가 확고했음으로 해서 이루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자유와 평등의 정신을 받들지 않으면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세계의 강대국으로 자랑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하면 그 발달된 과학기술이나 생산력보다도 그 사회 그 국가의 공동체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일의 그 국가의 지도정신이 국가공동체정신에 개인과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얻도록 편견 없는 관용과 이해로써 적이 없는 이웃의 정신을 널리 키워나가는 것이 곧 우리들의 기약하는 바 사회생활이요 애국의 길일 것이다.
도의의 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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