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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갱님' 우려 더하는 이통사 새 요금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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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심서현
경제부문 기자

집단 고해성사라도 하는가 싶다. “국민에게 도움 안 되는 보조금 경쟁을 탈피해 요금 경쟁으로….” “상대 업체의 보조금 경쟁에 함께했던 점을 반성하며….”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무제한 통화’ 요금제를 내놓는 기자간담회와 보도자료에서 쓴 표현들이다. 마치 보조금이 ‘나쁜 범죄’에 동원된 흉기 정도 된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하지만 보조금 경쟁을 제대로 했다면 소비자에게 해가 될 리 없다. 문제는 정보의 투명성이다.

 일부 판매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를 피해 몰래 보조금을 준다. 장부에 안 적는 ‘히든 보조금’, 가입한 뒤 현금을 돌려주는 ‘페이백’까지 나왔다. 이런 정보에 빠른 이들은 최신 스마트폰을 싸게 사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제값을 다 준다. 같은 소비자인데 누구는 ‘폰테크족(휴대전화를 자주 바꿔 돈 버는 이들)’이고 누구는 ‘호갱님(호구+고객님)’이다. 이런 정보 격차가 문제인데, 마치 보조금 자체가 잘못된 것처럼 논점이 흐려졌다.

 최근의 요금제 경쟁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지난달 1위 주자인 SKT가 자사 가입자끼리(망내) 무제한 통화를 허용하는 요금제를 내놓자 시장은 들썩였고 KT가 금방 뒤따라왔다. LG U+는 아예 망외 통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빠진 게 있다. 새 요금제의 핵심은 개개인의 사용 패턴이다. 나의 망내외 통화 비율이 얼마고, 데이터를 얼마나 쓰는지, 지금 받는 할인이 사라지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무작정 갈아탔다간 손해날 수 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새 요금제에 대해 문의했다. 상담원들은 “갈아타시는 게 유리하다”고만 했지 누구도 이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홈페이지를 뒤져도 이 정보를 아예 얻을 수 없는 통신사도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쓴다. 획기적인 요금제를 내놨더라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면 의미는 퇴색된다. ‘국민에게 도움되는 경쟁’을 진짜 시작한 이가 누구일지 소비자는 지켜보고 있다.

심서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