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스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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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7월 5일부터 7일까지 태국 수상 「방콕」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태평양지역각료이사회(ASPAC)에 대한 기본방침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그 골자를 보면 정부는 「아스팍」을 정치·사회·문화의 종합적인 협의기구로 발전시키되 경제문제에 보다 더 큰 역점을 두어 이번 제2차 이사회에서는 「아시아」공동시장(AEC) 형성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방콕」의 제2차 이사회를 계기로 「아스팍」의 기본정신을 살리고 보다 현실적인 면에서 관계 당국의 우의와 상호협조를 위한 한국의 또 하나의 적극적인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아스팍」의 창설회의가 작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되었지만 다만 「아스팍」 이사회라는 고고성을 올렸을 뿐 그 방향이 뚜렷한 것은 못되었다. 비록 『정기적으로 협의』를 계속한다고 말했으나 『그 아이가 커서 의사가 될지, 변호사가 될 지』는 지극히 막연한 것이었다. 또 서울 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항으로 경제협력·기술협력·문화교류·상호정세교환「센터」 등을 고려하고 연구하기로 했으나 그것도 다만 「고려」와 「연구」하는데 불과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방콕」 제2차 이사회는 서울회의보다는 발전적인 회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울 회의가 한국 주도하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단결의 터를 닦아 놓았다고 하며 앞으로의 이사회는 실질적인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 창설회의에서 「방콕」 제2차 이사회에 이르기까지의 도정을 생각해 볼 때 착잡한 문제들이 개재되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극언이 될 지는 모르나 관계국간의 동상이몽 격인 상이한 주장이 아직도 엇갈리고 있어 「방콕」 제2차 이사회의 추이가 매우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의 경우 지난 6월 14일 삼목 외상은 「아스팍」회원 10개국 주재 일본대사회의에서 「아스팍」 아닌 경제각료회의를 통해서 이른바 「태평양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삼목 외상은 『「아스팍」에는 중공, 북괴, 월맹을 참여시킴으로써 그 참가국의 범위를 넓혀 이사회의 반공색채를 엷게 하고 경제개발을 통한 「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서 이른바 정·경 분리원칙으로 경제적인 주도권을 잡으려고 강력한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것은 세소공지의 사실로 되어 있다. 일본은 서울회의 때에 있어서도 경제기구 창설에 소극적이었다. 이는 동남아에서 경제적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 「방콕」 제2차 이사회에서 「아스팍」을 경제협력문제보다는 정치문제를 다루는 협의기구로 발전시킬 방침을 밝히고 있고, 심지어는 그에 공산국가까지 포함시키는 무모한 문호개방론을 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스팍」의 기본정신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진정한 평화와 자유 및 번영이라는 공동목표의 달성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서 경제협력문제가 크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은 제2차 이사회에 대처하되 동 이사회 창설의 주도국 이라는 입장을 되살려 동 회의가 유명무실화하지 않도록, 또 동 회의가 지향할 확고한 방책을 수립하여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실현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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