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대중문화 이어 ‘면세점 한류’ 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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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한류’ ‘화장품 한류’가 ‘면세점 한류’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12일 30년 넘게 괌공항 면세점을 운영해온 세계 1위 DFS를 제치고 10년간 독점 운영권을 획득했다. 공항 면세점 전체 운영권을 확보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예상 매출액은 10년간 1조원에 이른다.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화장품과 패션잡화 매장 등을 열며 첫 해외진출을 한 지 1년여 만이다.

 급성장의 배경에는 각 분야의 ‘한류’가 있었다. 연간 148만 명인 괌공항 출국객 중 한국·중국·일본인 이용객은 60%가 넘는다.

 괌공항공사 관계자들은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가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한다”고 하자 “아시아 3대 허브공항 아니냐”며 주목했다. 수십 년간 글로벌 사업을 해온 DFS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떨치는 순간이었다.

 장근석·슈퍼주니어 등 한류스타 8개 팀이 면세점 모델이라는 점도 높은 점수를 땄다. 이 모델들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한류문화 체험 공간 ‘스타애비뉴’는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명물이다. “스타애비뉴를 괌공항 면세점에도 조성하겠다”는 제안에 괌공항공사가 솔깃해 했다. 괌 관계자들이 “어떻게 그런 스타들을 대규모로 기용할 수 있느냐”고 놀라워해 “롯데는 아시아 1위 면세점”이라고 내세웠다고 한다.

 해외 매출이 연 30% 이상 성장하고 있는 ‘화장품 한류’도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화장품을 한 줄로 펼쳐 한눈에 볼 수 있는 ‘비비크림 바(Bar)’ 등 국산화장품을 대폭 강화한 운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롯데면세점은 “국산화장품은 지난해 면세점 매출이 50% 증가한 대표적인 한류 상품”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이 이미 한류 마케팅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공항점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도 평가됐다. 롯데면세점은 이 공항 진출 1년 만에 DFS 등 다른 입점 업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전체 면세점의 20%밖에 안 되는 크기의 매장에서 총매출의 40%를 판매해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대중문화와 화장품 한류의 배경에는 각국의 취향·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한 철저한 현지화가 있었다. 면세점 한류도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괌공항 입찰을 위해 향수·화장품·패션잡화 등을 보강한 운영계획서를 제출했다. 현지 출국객을 대상으로 선호상품, 면세점 이용행태 등으로 세밀한 고객분석을 한 결과다. 또 괌의 전통 문양과 색깔을 넣은 면세점 디자인을 선보였다. 괌 전통문화 체험관을 개설하고, 현지 토산품 판매코너를 보강해 지역 주민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도 계획서에 담았다. 괌공항공사의 가려운 곳도 긁어줬다. DFS가 30여 년간 독점 운영하며 투자에 소홀해 푸드코트·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낙후됐는데 이를 개선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14일 “2015년까지 세계 2위로 올라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싱가포르 공항에 진출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시내 면세점을 열 예정이다. 국산 화장품 등 한국을 특화한 매장으로 차별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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