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그린 닥터'… 아토피 피부질환 도움주고 우울증·고혈압에도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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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항균·항산화·항염증·심신 안정 등의 효과가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인간에게는 숲으로 돌아가려는 회귀 본능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윌슨 교수가 내세운 ‘바이오필리아(Biophilia·자연사랑)’ 이론이다. 인간은 숲의 유전자가 내재돼있어 숲에 가면 마음이 안정되고 신체가 건강해진다는 내용이다. 인간에게 숲은 곧 치유의 공간인 셈이다.

숲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리 몸에 약이 된다. 고대의대 통합의학교실 이성재 교수는 “숲은 오감(五感)을 자극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돕는다”며 “숲의 공기·음이온·새소리·햇빛 등 자연환경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을 이완시켜 면역력을 높인다”고 말했다. 숲이 ‘그린 닥터’로 불린 이유다. 최근에는 암 환자의 면역력 증가와 고혈압, 우울증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숲의 치유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숲의 공기 중에 가득한 피톤치드에서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내뿜는 유기화합물로 항균·항산화·심신 안정 등에 효과적이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질환에 도움을 준다.

숲의 치유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경증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박 3일 숲체험 캠프를 실시한 후 혈압을 측정한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128㎜Hg이었던 환자가 숲을 거닌 후 119㎜Hg로 떨어졌다. 숲의 이완 효과가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한 것.

어린이 정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다. 한국녹색문화재단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동 15명을 대상으로 숲치유 캠프를 진행한 결과, 우울·불안 증상 수치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암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고려대병원은 유방암 환자를 2주일 간 숲 속에 머물게 한 후, 혈액 속 면역세포수를 관찰했다. 평균 300개 정도에서 400개로 30%가 늘었다. 몸 속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호르몬도 두 배 더 분비됐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숲의 치유 효과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최근 집·사무실 등 실내에서도 숲을 느낄 수 있어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수직형 벽면녹화기술’이 대표적이다. 쏟아지지 않는 인공토양을 활용해, 비어 있는 실내 벽면에 식물을 키우는 기술이다.

숲의 효능을 담은 친환경 삼림욕기도 나왔다. 편백나무 추출액을 내뿜는 예스코홈서비스의 ‘YSH500’이다. 40년 이상 수령의 국내산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피톤치드를 원료로 사용한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아 삼림욕에 널리 활용되고 있는 수종이다. YSH500은 크기가 소형이어서 사무실 책상이나 침실 등 좁은 실내 공간에도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다. 피톤치드의 항균 기능이 실내 악취나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새집증후군을 예방한다. 어디서나 간단히 뿌릴 수 있는 스프레이, 미스트 제품과 피톤치드를 함유한 치약·비누 등 생활용품도 있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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