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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와 다마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일요일 H선생님 댁에 갔을 때의 얘기다. 선생님께선 사모님과 원고를 정리하고 계셨다.
마침 잘 왔다면서 도와달라시기에 환담을 들으며 조력하고 있을 때였다.
『다마네기요. 다마네기!』
「리어카」꾼의 유창한 외침이 들려왔다.
사모님께서 일어나니까 선생님께선 어디 가느냐는 듯이 쳐다보셨다.
사모님은 저녁 반찬거리가 없으니 「다마네기」라도 좀 사야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붙잡고 앉히시며 『나는 다마네기는 먹지 않겠소』라는 것이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있는데 사모님께선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신 채 일을 계속 하셨다.
얼마 후….
『양파 사이소-. 양파!』
이번에는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서로 쳐다보며 웃으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젠 가 바요. 양파는 구미가 당기는군. P군도 오늘 양파를 먹고 가게.』라고 말씀하시고는 껄껄 웃으셨다.
나는 그제서야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선생님다우신 「유머러스」한 고집이었다. 그날저녁 새삼 양파의 맛이 고상함을 느꼈다. <김병규·남·19·대구교육대학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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