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북한 경제봉쇄 재경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올해 국정연설에 '악의 축'같은 깜짝 수사(修辭)는 없었다. 하지만 강경 위주의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북한 문제는 "외교적.평화적으로 대처하되 북한의 핵 위협에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즉 군사적 방법은 배제하고 한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이해 당사국과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겠지만,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제재 등을 통한 고립.봉쇄정책을 피할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부시의 이 같은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 연설의 초점을 이라크 문제에만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간단히 짚고 넘어간 정도로 의미를 절하하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연설시간에서 북한 부분은 이라크보다 훨씬 짧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딱 한 문장('주민들이 굶주리는 데도 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로 무장한 정권')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보면 그동안 북한 핵문제로 미국 안보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이라크 다음의 위치로 격상됐음이 분명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이 히틀러주의.군사주의.공산주의를 테러리즘과 함께 언급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앞으로 안보상의 위협대상을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테러리스트에서 불법.독재정권으로 확대한다는 의미이며, 이 점에서 북한은 모든 요소를 구비한 셈"이라고 말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이날 연설은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시각이 지난해 악의 축 발언 수준에서 결코 후퇴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은 전쟁의 필요성에 회의적인 국내외 여론을 의식, 사찰방해와 같은 각종 문제를 일일이 열거한 뒤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 '후세인이 알 카에다도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군대는 다른 나라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고 말해, 유엔의 승인을 추구하되 여기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국내 경제대책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예산상의 문제가 걸려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