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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강화·정치의 약화|6·8총선을 앞두고 - 홍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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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가난한 나라에 자금만은 풍성>
6월8일- 국회의원총선거는 드디어 내일 모레로 박두했다. 선거는 국가의 역사적 행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추잡스럽기로 역사에 없는 것이라는 악평이 드높은 가운데 실시케 된다.
나라는 가난하다고 하면서도 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선거자금만은 물쓰듯하고 정부와 그 여당인 공화당의 소위 선심 공세와 그 풍부한 선거 공약은 공약 아닌 공약이 많다는 논란이 신문지상에도 여기저기 천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다. 겸하여 막걸리 공세에 시골 부녀자들이 수없이 놀아나는 해괴한 꼴이 우리사회 전래의 미풍양속을 해칠까 염려된다고 대통령으로부터 담화가 나올 지경이요, 공화당본부에서는 전국의 당 지부의 선거의 정화를 위하여 과도한 선심 공세를 경고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총리 이하 정부의장 관들은 중앙청이 텅 빌 정도로 지방 출장이 잦았다.
이러한 사태는 행정독려 아닌 선거운동 이라고 야당 측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폭력사태에 살인소동도 일어나고 있어 선거의 「공포분위기」를 법에 호소하는 소리도 어지간히 들려온다.
이러한 선거분위기는 우리들 국민의 가슴속에 무엇을 새겨 넣게 해주고 있는가? 여당의 그 오랜 조직력을 배경으로 한 야당에 대한 공세는 전면적이요 또 압도적 태세임을 넉넉히 짐작케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소위 야당이란 이름의 후보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남을 수 있겠느냐 하는 것도 생각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말해두어야 할 것은 이론상으로나 실제상으로나 그 누구가 야당이 되건 간에 야당의 약화는 곧 나라의 민주정치 그 자체의 약화를 뜻한다는 점이다.

<불법·부정 없는 정당한 대결을>
민주정치는 다수결제를 그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소수 의견이라 하더라도 결코 무시될 수 없다는 것이 또한 민주정치의 민주정치다운 일인 것이다. 누구나 선거에는 이겨야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긴다고 하더라도 수단방법을 가리지 못하고 불법-부정-부패를 범하기를 식은 죽 먹듯 하는 선거라면 그 후의 정치란 무슨 꼴이 되겠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일당 일파에 의한 다수의 제압만이 곧 나라의 정치의 수단이요 또 목표가 된다면 거기에는 야당이 있어서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고 따라서 민주정치의 요결인 견제와 균형을 잃어버린 비민주적 정치의 여러 가지 악 결과가 나타나기 쉬울 것을 두렵게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공화당에서는 국회내의 「안정세력」을 확보할 만큼 이번 선거에서 다수의 의원 수를 획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인 만큼 그 반대당의 세력이 국회내외세력을 좌우하게 된다면 대통령과 국회가 불필요한 대립을 보게되어 국가정책의 원만한 결실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안정세력은 어느 정도 어떤 것을 뜻하느냐?
일찍이 자유당 때에 「안정세력」을 몹시 주창했었다. 그는 과반수가 아니고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을 뜻했었다. 이는 법률의 제정이나 예산심의에 절대한 힘을 가질 뿐 아니고 적어도 헌법을 제멋대로 개정할 수 있는 의석 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었다. 이는 다수결제를 최대한 악용하려는 폭력적 수단을 뜻하는 것이었다. 오늘의 공화당이 주창하는 「안정세력」이란 비록 『다수의 위치에 서게 된다고 해도 「소수」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는 전제가 없다면 그 「안정세력」이란 나라의 정치적 정도를 위하여 크게 뜻 있는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공화당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야당 쪽의 국민도 포함한 국민의 대통령이 오 공화당 의원이 절대 다수인 국회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회인 때문인 것이다.

<표 지키는 게 곧 나라 위하는 것>
문제는 나라의 주인이라는 국민의 투표가 어떤 것이냐 하는데 있을 것이다. 대중이란 것은 어리석은 것 같으면서도 현명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현명한 대중 속에도 어리석은 수효가 상당히 많이 섞여있다는 뜻인 것 같다. 사실 이번 선거가 추잡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도 대중 속에 상당한 수효의 어리석은 분자가 끼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나 선거는 엄숙한 것이다. 돈과 권력에 또 사탕발림의 어떠한 꾐 수에라도 나라의 주인 된 최고의 명예로운 권리를 농락 당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양심을 가졌기에 사람이라고 한 다거니와 그 존귀한 양심이야말로 나라의 정치를 위하는 이상의 이바지할 길이 따로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 무엇을 팔아먹는다고 해도 나라를 저버리면서 까지 양심을 팔아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돈에 팔리고 힘에 눌려도 비밀한 투표장소에서 양심의 한 표를 지키는 일이 곧 나라를 지키고 자녀의 장래를 위한 정치의 올바른 길을 택하는 길임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선거운동은 아무리 추잡했고 또 망쳐버렸다고 해도 남은 것은 오직 우리들 국민의 한 표를 살려야 한다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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