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 데뷔·컴백무대 재·보선 … 4·24 주시하는 여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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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첫 선거인 4·24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11일 시작됐다. 이번 재·보선은 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국회의원 3곳을 비롯해 기초단체장(경기도 가평, 경남 함양)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등 전국 12곳에서 실시된다.

 역대 정부에서 집권 후 첫 재·보선은 청와대에 큰 시련을 안겨다 준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정부 출범 후 첫 재·보선이었던 2008년 6·4 재·보선(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 의원만 해당)에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은 후보를 낸 6곳의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1곳만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두 달 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수 의석을 달성했지만 ‘쇠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여론이 급변한 것이다.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을 전면 개편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노무현정부의 첫 재·보선이었던 2003년 4·24 재·보선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은 후보를 낸 국회의원·기초단체장·광역의원 선거구 7곳에서 모두 졌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선거구 3곳에서 2곳(나머지 1곳은 개혁당 당선)을 승리했다. 이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선 신주류(친노 그룹)와 구주류(호남+동교동계)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됐고 결국 분당 사태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단 다소 운이 좋은 듯하다. 이번 재·보선의 핵심인 국회의원 선거구 3곳에서 현재 새누리당은 영도(김무성)와 부여-청양(이완구)에서 리드하고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그나마 노원병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뒤진다는 점이 새누리당의 위안거리다. 선거운동 기간 중 새누리당은 ‘지역일꾼론’을, 민주당은 ‘정권경종론’을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선거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했다”며 “지역에 한 번도 발붙인 적이 없던 인사가 더 큰 정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해 출마한 것에 대해 유권자는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매우 어려운 조건이지만 박근혜정부의 잘못된 국정운영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승리를 만들겠다”며 “민심의 뜨거운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거센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맞받았다.

 ◆3곳 모두 거물들 출사표=재·보선은 스타 정치인의 데뷔나 중진들의 복귀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달성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98년 종로 재·보선에서 두 번째 배지를 달았다. 민주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93년 광명 재·보선에서 첫 배지를 달았고, 2011년 분당을 재·보선을 통해 4선 고지를 밟았다.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은 개혁당 간판으로 2003년 재·보선에서 승리했다. 이외에 이재오 의원과 정동영·한광옥·조세형 전 의원 등 재·보선을 이용해 국회로 복귀했던 중진들은 수두룩하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은 공교롭게 3곳 모두 거물들의 컴백쇼가 될 공산이 있다. 지난해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안철수 후보는 당선될 경우 야권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영도의 김무성 후보는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여서 여의도로 돌아오면 여권 권력 구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충남지사 출신인 부여-청양의 이완구 후보는 충남 지역의 탄탄한 지지도를 바탕으로 ‘포스트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노린다.

김정하·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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