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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속의 소련 여행 - 몬트리 현금봉 통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얼마 전에 소련에서 개최한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가 초청되어 간다느니 못 간다느니 말이 많았고 또 한국의 천재적 소녀 음악가가 「모스크바」에서 열릴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문제로 가부론이 비등했던 것은 아직 우리의 기억에 새롭다. 그런데 「철의 장막」이라고도 불리는 소련에 전 자유진영 국가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매년 소련 여행을 하는 사람이 증가하여 까다로운 말썽이 생기고 간첩 혐의를 받아 애매하게 구금, 투옥되는 수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비하여 최근 미 국무성은 일반 여행자에게 주의사항을 발표, 경고하고있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물건 살 때 위험>
이 주의사항을 보면 소련의 첩보망들은 저 유명한 「제임즈·본드」의 영화 「007」을 무색하게 할 정도이다.
경고사항을 대충 들어보면 ①절대로 소 화폐를 사사로이 매매하지 말 것. 의류를 팔아 버리거나 주지 말 것. 여관 「로비」에서 기념품 선물 사지 말 것. 종교적 서적 등은 개인용 이외에는 갖고 가지 말 것. 빈민굴의 사진·군사기지·국경 근처의 사진을 찍지 말 것.
②특히 자동차로 소련에 입국하는 경우의 경구가 재미있다. 수만의 소련 첩보원들이 여관·식당·공공건물·한길에 깔려 있다가 자동차가 국경을 넘어설 때 입국 절차를 받는 동안 감쪽같이 동전만한 아주 작은 무선단파 탐지기를 붙여 놓아 그 자동차가 가는 곳마다 전파가 송신되어 그 차의 행선을 알게 되고 조금이라도 출입 허가 구역밖에 나가면 곧 체포하기 마련이다.

<들끓는 첩보원들>
그밖에 「넵둔90」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여행자의 구두창에 감쪽같이 발라 놓으면 사람은 냄새를 맡지 못하지만 특별히 훈련된 개는 그 냄새를 맡아 여행자가 금지 구역에 들어가면 즉각 발견되는 것이다.
식당 식탁 밑이나 여관방마다 조그만 녹음기가 장치되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관방에는 또 마술 석경이 달려있어 방안에선 모르지만 밖에서는 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친절이 바로 함정>
또 암흑 속에서도 찍을 수 있는 TV 「카메라」 같은 것과 보통 사진기가 장치되어 있다.
길거리에 나가면 영어하는 소련인이 쫓아다니면서 친절하게 대하고 암시장에서 물건 등을 사고 팔게 해서 함정에 빠뜨려 징역까지 보내는 등. 이와 같이 가능한 한 자유진영 국민을 많이 잡아 감옥에 가둬 두는 큰 이유의 하나는 소련의 국제 간첩원들이 외국에서 탄로가나서 체포되는 수가 부쩍 늘고 있어 그들과 교환하는 큰 흥정 미끼로 쓰는데 있는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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