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퀴논」지구 - 퀴논=조성각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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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선 없는 전장, 후방 없는 전방! 이것이 오늘의 월남전이라고 한다. 모든 곳이 전선이며 전방이다. 4만5천여명의 한국 장병들이 전선 없는 전장에서 싸우고 있듯이 1만2천명의 민간인 기술자들이 후방 아닌 후방에서 「세기의 전쟁」을 지원하면서 땀흘려 한국을 심고 있는 것이다.
저 북쭉 17도선 바로 남단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쾅트리」와 월남의 고도 「후에」에서남쪽 해안선을 따라 「메콩」강 「델타」에서 모래를 파 항만을 축조하는 기술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국인들은 「달러」를 버는 것 뿐 아니라 곳곳에서 자신들도 모르게 「파이오니어」 정신을 심고 있는 것이다.
월남의 한국인들!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인천시와 자매 결연을 맺고 있는 「퀴논」시는 아마 한국과 가장 인연 있는 도시인지도 모른다.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맹호 부대가 만든 어린이 놀이터에는 높다란 기념탑이 한국을 말해주고 있었고 인구 7만의 이 도시는 미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눈에 띄었다.
1천5백여명의 한국인 기술자들이 하루 4천톤 이상의 군수 물자를 무수한 외국 선박에서 하역, 수송하고 있는 「퀴논」은 천연의 아름다운 항구이자 해수욕장.
20리로 뻗은 사장에 아득히 곡선을 이룬 야자수 그늘은 밀려오는 파도에 옛날 식민 「프랑스」인들의 사치한 피서지를 연상시켰고 지금은 원주민의 인적을 금한 채 무정한 미군인들의 감시 속에 철조망이 둘려 삼엄하기만 했다.
인력거 같은 세 발 자전거 앞에 거구의 미국인을 태우고 미군 작업복을 걸치고 힘들여 「페달」을 밟는 비쩍 마른 월남인, 돈 많은 코 큰 사람을 상대로 줄을 진 「바」, 그들 특유의 「아오자이」의 상대신 「맘보」로 치장한 가냘픈 월남 여인들, 이들 모두는 눈 닿는 곳마다 산재한 깡통들처럼 더할 수 없는 미국의 존재를 말해 주었다.
그러나 한편 「하노이」에 이르는 l번 도로와 「라오스」 「캄보디아」를 연결하는 19번 도로가 통하는 「퀴논」은 월남의 중심부, 끝없는 전쟁을 지원하는 보급품을 실은 거대한 「트럭」들이 밤낮으로 한국인에 의하여 운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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