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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고와 살림의 지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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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날이 갈수록 물가는 오르기만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선거로 어수선하고 쇠고기 파동에 이어 구공탄 쌀 그밖의 생활필수품은 걷잡을 수 없다. 이제는 물가가 오르는데 대한 불안이나 저항보다도 모두 맥이 풀린 상태다. 그렇다고 하루를 공백으로 지낼 수는 없다. 여기에 주부들의 고민이 있고 지혜가 요구된다
수입에 비해 늘어나는 지출에 주부들은 어떻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인가. 세 사람의 주부(김옥주·37·상도동, 이정순·39·북아현동, 정연희·29·옥인동)의 지혜와 의견을 들어본다. 남편의 직업은 공무원, 회사원.
A, 부식비와 의료비등 항목을 정해서 예산을 세우고 될 수 있는 대로 예산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물가가 오르든 내리든 「셀러리맨」 가정에서는 수입이 일정하니까 예산을 세우지 않고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B, 교육비니 의료비 세금 등은 줄일 수 없고 결국은 희생당하는 것이 식비인데 현실적으로는 식료품이 가장 비싸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무조건 줄일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달 부식비 예산에서 하루 단위로 나누어 쓴다. 무조건 줄이려는 것보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C, 예산범위 내에서라도 질과 양을 함께 수준을 낮추지 않도록 노력한다. 여기에 가장 주부의 지혜가 요구되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고기값이 비싸면 고기에 해당하는 두부나 콩제품을 사고, 비싼 생선보다는 싼 것을 사서 조리법에 머리를 쓰는 등…. 그리고 식료품을 살때는 다듬거나 조리할 때 버리는 부분이 적은 것을 선택한다.
A, 의상에서 유행 같은 것은 생각 할 수 없다. 철이 바뀔 적마다 온 가족의 옷을 조사하고 누구의 무슨 옷이 꼭 필요한가 그것도 더 필요한 것에서부터 순서를 정하여 엄선한다. 1주일 식단을 짜서 저장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구입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B, 빨랫비누라든지 철 따라 가격의 차이가 심한 식료품은 지역의 주부들이 협력해서 공동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앞뒷집이 서로 모른 체 사는 도시라든지 이웃간에 생활정도의 차이가 심한 경우 잘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부들의 협력으로 소비자운동이 절실히 요구된다.
A, 주부들이 뼈를 깎다시피 하는 물가고에 대한 저항에 비해 남편들과 당국의 태도가 괘씸하다.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자 떠오르는 것이 불고기 집마다 쌓여있는 고기다. 남편들의 이유없는 외식이 없어야겠다.
더구나 콩나물 5원어치에도 더 달라 말라하는 판에 값이 오르면 무조건 누르려는 당국의 태도는 한심하다. 근본적이고 책임 있는 대책이 있어야겠다. 주부들이 살림을 꾸려나가는데는 한도가 있다.
B, 아무리 머리를 짜고 시장을 서너 번 돌다 한가지 물건을 사고해도… 결국 신경질에 잠이 오지 않는 등 주부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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