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외면한 미신의 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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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풍으로 사경을 헤매는 친아들을 어머니가『사탄』을 쫓으면 낫는다』고 전도사를 불러 기도를 할 뿐 현대의학의 치료를 거부하고있어 동창생들이 딱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다. 영락상고2년 이진범(18·서울 이문동306의17)군은 지난 3월 약1년 전부터 시름시름 아파 오던 배가 갑자기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해져 성모병원에 입원, 사흘 후 병원측으로부터 만성결핵성 복막염이란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게됐다.
그러나 수술직전 어머니 김모녀(56)씨가 창신교회에서 부흥회 때 만난 전도사 윤모(50) 여인의『마귀병이니 기도하면 낫는다』는 말에 홀려 강제로 퇴원시켰다. 전도사 윤씨는 하루 세번 주문을 외고 기도를 하며 환자의 배를 쿡쿡 찌르다가 찬송가를 부르곤 했다. 이렇게 2개월여를 보내는 사이 이군의 병은 극도로 악화, 이젠 뼈만 앙상하게 남아 죽도 먹지 못하며 변마저 못 가리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환자 이군의 친구 경호(19)군 등 9명은 15일 환자의 생일을 맞아 광신에 사로잡힌 어머니에게 친구를 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호소했으나『마귀를 좇아내어서 곧 낫는다』고 말할 뿐 고집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부유한데도 치료를 못 받고있는 이군은『미신 때문에 내가 죽는다』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 동창생들은 이 사정을 학교 친구와 아버지인 김태청 변호사에게 호소, 김 변호사는『형사책임을 따지기 전에 우선 병을 고치자』고 말하고『병원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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