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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제국」이룩한「루스」사후 미 타임지는 어디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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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타임」「라이프」는 미국의 대표적인 잡지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어느 신간 서점에서도 구독할 수 있을 정도다.「타임」의 발행 부수 3백50만,「라이프」, 7백50만, 양지의 국제판 2백만. 그야말로「잡지제국」을 이루어 세계의 권위와 영향을 자랑하고 있다. 이 대사업이 지난 2월 28일에 죽은「헨리·루스」의 일대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의 거의「맹목적」신임을 받는「타임」지가「루스」가 가고 난 뒤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 흥미 깊은 문제다.「타임」의 간부이하 전 사원은「루스」의 생도다. 그들은 자신이「저널리스트」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 것인가 하는 것보다『「루스」가 나의 기사를 어떻게 생각해줄까』하는 것만 관심을 가지고있다는 빈축도 있다.「루스」는 열렬한 공화당원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선거 때마다 기자, 편집자들은 곤경에 빠졌다. 한가지 예로 52년「아이크」와「스티븐슨」의 대결에서「루스」의 명령으로 타임지는 맹렬한「스티븐슨」 공격을 감행했다. 정치「뉴스」를 왜곡하고 공화당에 불리한 기사를 싣지 않는 등 노골적인 당파성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사직한 편집간부「토머스·마추즈」는『「저널리즘」의 윤리를 이탈한 처사였다』고 그를 비판했다.
「루스」는 그의 처사에 불만을 가진 기자들을 모아놓고『나는 제군의「보스」다. 고용할 수도 있고 파면시킬 수도 있다』고 폭언 일석.
「루스」는 2차 전후「저널리스트」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정치에 한발 들여놓은 것 같은 인상도 주었다. 그의 반대파들은 그가「덜레스」의 친구로서 철저한 반 소련정책을 주장했고「맥아더」장개석의 친구로서 아시아」강경 외교를 고취하는 등 반공십자군에 정열을 쏟았는데 여기에는 완벽한 시대착오적인 면이 적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심지어『타임은 사고능력이 없는 자를 위한 잡지고「라이프」는 문맹자를 위한 잡지』라는 말이 미국의지식인 사회에 있을 정도다.
그는 편집강령에서 공언했다.『공공의 문제나 중요한「뉴스」에 대해서 완전한 중립성을 지니는 것은 대저 불가능하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우리 편집자는 특정한 편견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또『우리는 자신이 본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다. 보도의 객관성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하는 녀석이 있으면 그 환상은 내가 벗겨주겠다.』「타임」은 곧「루스」고,「루스」는 비판받을 편견을 수없이 휘둘렀지만 이러한 편집원칙은 주목할만하다. 매사에 불편 부당 객관적 보도를 내걸고 알쏭달쏭한 기사나 쓰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
「타임」·라이프의 중대한 강점으로 편집의 절대적 우위를 든다. 광고주의 압력을 편집이 전혀 받지 않는 것이다. 편집은 영업에 대해서도 우위에 있다. 편집의 산물이 제품으로서 훌륭한 것이 최대의 조건이고 영업은 이것을 팔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취재비용의 지출을 영업에서 간섭하지 못한다. 더구나 영업이 편집내용에 관여하는 일은 일체 금지되어있다.
「루스」가 간 후 편집은「헤들레이·도노반」(52세)이 총책임을 맡고 있다. 과거 l0년간 수입이 2배, 순이익이 3배로 늘고, 66년도 영업보고에 의하면 총수입 5억3백만불. 순이익 3천7백30만불을 올린「타임」제국이「도노반」의 지휘로 어떻게 발전해갈지 흥미 있는 일이다. 그 당파성과 함께.<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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