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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무리한 단가 깎기 … 피해액의 최대 3배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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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기업이 무리한 단가 깎기 같은 부당 행위로 중소 하청업체에 피해를 주면 법원이 피해액의 최대 세 배까지 물어주라고 명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여야 합의로 ‘경제민주화 법안’이 처리된 첫 사례다. 이 법안은 이달 중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 10월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이 부당한 이유로 ▶단가를 깎거나 ▶주문을 취소하거나 ▶반품하는 세 가지 경우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대기업이 10억원어치의 주문을 냈다가 일방적으로 단가를 깎거나 취소·반품을 강요해 하청업체가 1억원의 피해를 봤다면 해당 대기업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최대 3억원을 하청업체에 물어줘야 한다.

 현재는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의 기술을 빼앗아간 경우에 한해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를 약속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되면 가해자가 부담할 금액이 커져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억제할 수 있고, 경제적 약자인 하청업체는 만족할 만한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납품단가조정 협의권’을 주는 내용도 개정법안에 담겼다. 하청업체가 대기업(원청업체)과 납품단가를 놓고 협상을 벌이다 힘이 부치면 업종별 협동조합에 대신 협상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두 회사가 같은 조합 소속이라면 협동조합이 나설 수 없다.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는 이르면 내년부터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이날 통과시켰다. 5억원 이내에서 기준을 따로 정해 그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 개개인의 연봉을 공시토록 하는 것이다. 기준이 5억원이 될 경우 공시 대상은 대기업 200여 곳의 총수과 고위 임원 6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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