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쓰세요, 주차장 내준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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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서구는 롯데백화점 대전점과 협약을 맺고 지난 1일부터 전국 최초로 영업이 끝난 뒤 후문의 야외주차장을 개방했다. 개방 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며 요금은 무료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4일 오후 9시 대전시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대전점 후문의 야외주차장. 백화점 영업이 끝난 지 1시간가량 지났는데도 차량들이 속속 들어섰다. 운전자는 백화점 인근의 상가·음식점을 찾은 손님과 주상복합건물, 원룸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주차요금 영수증을 발급받지 않고 곧바로 음식점과 집으로 향했다. 주차장 요금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이 주차장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무료로 개방돼 걱정 없이 차를 놓고 간 것이다.

 대전시 서구청과 롯데백화점 대전점은 지난 1일부터 주택·상가의 주차난 해소를 위해 백화점 영업이 끝난 뒤 야외주차장(109면)을 개방했다. 백화점이 주차장을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한 것은 이번이 전국 처음이다. 롯데백화점 주변인 서구 괴정·탄방동 일대는 수백여 개의 상가와 주상복합·원룸 등이 밀집해 대전 시내에서 주차난이 심각한 곳으로 손꼽힌다. 더구나 주변에 주차장이 마땅치 않아 운전자들이 이면도로나 왕복 2차로 주변에 차를 주차시켜 저녁은 물론 낮에도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진다. 주차하기 위해 20~30분가량 골목 구석구석을 헤매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인과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하루가 멀게 대전시와 서구청에 주차난 해소를 요구해 왔다.

 주차장 무료 개방을 가장 반기는 것은 상인들이다. 이들은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로 상권이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활성화를 기대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성우(40)씨는 “가뜩이나 주차공간이 없어 옆 가게, 손님들과 다투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가게 안에 ‘무료 주차공간이 생겼으니 차를 가져와도 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고 말했다. 인근 주상복합건물에 사는 김윤희(33·여)씨는 “퇴근 후 8~9시쯤 집에 오면 주차장이 가득 차 주변 골목에 차를 세우기도 했다”며 “걸어서 100m 거리에 넓고 안전한 주차장이 생겨 만족한다”고 했다.

 서구청과 롯데백화점은 주차장 무료 개방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주차장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기존 경찰·구청의 CCTV를 활용해 감시를 강화했다. 개방 시간 외에 주차하는 차량은 과태료 처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주차장 내에서 발생하는 차량·인명 사고 등에 대비해 보험(영주물배상)에도 가입했다. 서구청 안병욱 주차시설담당은 “CCTV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카메라의 화소를 높이고 백화점,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구청은 주차장 무료 개방으로 주민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100억원가량의 예산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 도심에서 주차장 1면을 조성할 때 땅값과 공사비 등을 포함해 9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이번에 109면의 주차장 확보로 100억원가량의 예산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구청은 주차장 운영상황을 지켜본 뒤 갤러리아백화점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주차장 추가 개방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환용 대전서구청장은 “자치단체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공영주차장 조성이 한계에 달했다”며 “민간 대형 건축물 주차장의 무료개방을 적극 유도해 주민편의를 높이고 예산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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