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생일|집나간 어머니를 부르며, 「어린이날」없는 4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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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늘도 우리 엄마는 돌아오지 않나 보다. 하필이면 오늘 엄마는 날 낳아 주었을까―』
5일 어린이날, 잃어버린 생일을 달래며 집나간 엄마를 찾아 달라고 정화(10) 여리(8) 등 두 동생과 함께 김혁(12·삼육국민교 6)군은 「어린이 찾기 센터」를 찾았다. 작년 11월 다방에 나가던 엄마 김운규(35) 여인은 아빠와 싸운 후 어떤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고 아빠마저 엄마 찾는다고 집을 뛰쳐나갔다. 서울 성동구 군자동 206 셋방서 눈먼 막내 동생 호(5)와 3남매는 굶주림과 무서움에 떨며 지내야했다.
견디다못해 작년 12월 7일 대통령에게 『우리 4남매를 남겨둔 채 집나간 엄마 아빠를 찾아달라』고 호소문을 낸 김군 남매는 아빠를 곧 찾았다.
그러나 엄마는 반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 김영철(45)씨는 집에 돌아온 후 시골에 장사 간다고 늘 집을 비워 혁, 여리, 정화가 학교 가고 나면 앞 못보는 호가 혼자 방을 헤매어 엄마를 부르며 운다고 했다. 『11년전 오늘 엄마는 나를 낳아서 기뻐했다고 하지만 11년이 지난 오늘 나에게는 슬픔밖에는 없어요. 우리 어머니 지금은 이 하늘 아래 어디 계십니까.』―김군의 엄마 찾는 목소리는 쉴 대로 쉬었지만 엄마의 사진을 한 손에 움켜 쥔 채 꼭 엄마를 찾고야 말겠다는 김군 4남매가 안타깝기만 하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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