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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종장의 승패자 얼굴|공화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 대통령의 재선을 예상은 했었지만 서울에서까지 그렇게 많은 표를 얻어 압승하고 보니 기쁠 뿐』이라고 청와대 이후락 비서실장은 4일 아침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께선 정식 통고를 받을 때까지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재선되어 기쁘다기보다는 그만큼 책임이 무거워진 것으로 알고 앞으로 국민을 위해 보답할 일을 구상하고 계시다』고 대신 말했다.
이 실장은 야당이 선거에 진 것은 『그들이 정부나 여당에서 부정선거를 한다고 생떼를 써서 국민의 싫증을 샀기 때문』이라고 평하고 승자가 패자에게 위로를 하는 것도 좋지만 패자가 그것을 자인하고 승자에게 먼저 축전을 칠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박정희 후보는 3일 아침 투표를 끝내고는 청와대로 돌아와 줄곧 서재에서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 밤 10시쯤 전세가 유리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후락 비서실장, 박종규 경호실장을 데리고 서울자 9132호 「세단」차를 타고 공화당 상황실로가 당원들을 위로, 김종필 의장과 길재호 사무총장으로부터 경과 보고를 들은 후 내무부 통계실에 들러 그곳에 있는 각료들과 직원을 위로하고는 청와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후락·박종규·신범식씨 등 청와대 측근자들은 신관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개표상황을 보고 받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시내로 나가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도 그저 기쁜 표정들.
○…박정희 후보의 압도적 「리드」로 개표가 진행된 3일 밤과 4일 상오까지의 공화당사 주변은 시종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
개표집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밤을 꼬박 새운 김종필 당의장, 길재호 사무총장 등 당 간부들은 4일 아침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몰려드는 인사들의 축하 인사를 받기에 분망.
김 당의장은 『잠을 못 자도 피로한 줄 모르겠다.』면서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에 감사한다. 이런 지지는 더 일하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인줄 알고 박 대통령의 영도력을 재신임해 준데 보답하기 위해서도 근대화 작업에 더욱 전력을 쏟겠다.』고 승리의 변까지.
특히 김 의장은 『서울에서 많은 지지표를 얻은 것은 민주주의가 국민의 몸에 익어 가는 좋은 징후』라고 풀이하면서 『영등포 갑구(위원장 윤주영)에서 전국 최고득표를 한 것은 이제까지의 정치적 전통과 지역적 기반의식을 해소한 증거』라고 그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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