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형 처벌 막으려 내가 했다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최태원(53)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재원(50) 수석부회장이 8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때 했던 진술을 뒤집었다. 원래 최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를 담당했던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이 회사 펀드 출자금의 부당 인출을 주도했으나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고문 대신 형이 사법처리될까봐 1심에선 최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8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 부회장의 변호인은 “최 부회장은 펀드 자금 450억원을 잠시 쓰고 상환한 정도라 (법적) 책임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형의) ‘방어막’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그래서 이후 수사와 1심 재판 때 자신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거짓 진술 이유와 관련해서는 “당시 검찰 수사로 볼 때 형의 무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펀드 출자금을 조성하라고 지시한 건 사실이지만 펀드에서 자금을 불법 인출하는 과정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펀드 출자와 인출을 모두 최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이런 진술 번복은 1심 재판부가 최 회장을 450억원의 회사 돈 횡령 주범으로 판단, 징역 4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한 반면 최 부회장에겐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한 대응전략으로 보인다.

 최 회장 형제는 SK그룹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건 김 전 고문과 김준홍(47)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라고 지목했다. 김 전 고문이 펀드 자금 인출로 실질적 이득을 봤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심에서 눈물을 흘리며 주장했던 걸 이제 와서 모두 거짓이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박민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